'노다지' 디지털 헬스케어...제약사 주춤거리자 IT업계 약진

코로나19(COVID-19)의 장기화로 비대면 재택 치료가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이 분야와 가장 밀접한 제약업계의 투자가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IT(정보통신)업계가 디지털 헬스케어에 집중하면서 주도권을 놓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9년 125조원(1063억달러)에서 2026년 750조원(6394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 평균 29.5%씩 커진다는 전망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기기, 시스템, 플랫폼 등을 활용해 개인 건강과 의료에 관한 정보를 다루는 산업 분야다. 환자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에 적합한 맞춤 의학을 제공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20년간 지지부진했던 원격의료 도입 논의가 코로나19 유행 이후 물꼬가 트이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에 뛰어든 제약사는 GC녹십자 (114,000원 ▼400 -0.35%)다. GC녹십자는 지난해 유비케어 (4,870원 ▲90 +1.88%)를 인수했다. 유비케어는 종이 차트에 기록했던 환자의 진료 정보를 병원정보시스템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유비케어의 모회사인 GC케어는 사업 영역을 기업간 거래(B2B)에서 기업 소비자간 거래(B2B)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내년 초 건강검진 서비스와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프로그램이 결합된 '건강 포털'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기업 검진 시장에서는 임직원 건강검진 결과와 개인 맞춤 일상케어 서비스를 연동한 '토탈 건강 컨설팅 서비스'도 확장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전통 제약사들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투자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해 비상장사인 메디컬아이피와 메쥬 등 2곳에 투자했다. 투자금액은 각각 50억원, 25억원이다. 앞서 유한양행 (69,900원 ▼700 -0.99%)도 신테카바이오, 휴이노, 아밀로이드솔루션 등에 투자했다. 종근당 (104,200원 ▲2,800 +2.76%)은 스카이랩스, 동화약품 (8,620원 ▲60 +0.70%)은 뷰노에 투자했다.

한미약품 (316,500원 ▲2,500 +0.80%), 대웅제약 (111,500원 ▲1,800 +1.64%), 동아에스티 (64,900원 ▲700 +1.09%), JW중외제약 (30,400원 ▲300 +1.00%) 등이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물질 발굴 단계다.

전통 제약사들이 주춤하는 사이 오히려IT·통신 업계가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연내 사내병원을 개설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네이버 케어'를 선보인다. '클로바'의 AI 기술을 적용해 의료진의 진단을 음성인식 기술로 변환, 환자의 전자의무기록(EMR)을 작성한다. 카카오도 서울아산병원과 합작법인(JV)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SK텔레콤은 유전자 기반 구독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출시했고, KT도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통 제약사들이 기존 사업의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플랫폼에 활용하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선점에 유리하지만 발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업계 발전 방향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될 수밖에 없다"며 "제약 업계는 10년 이상이 걸리는 신약 개발이 주 사업이다 보니 빠른 기술 개발이 필요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진출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야 만큼 공격적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