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때문에 세뱃돈도 긴축할 판…"설 끝나면 웃을 수 있나요"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설 연휴에도 개미들은 쓴웃음을 짓고 있다. 세뱃돈을 비롯해 명절에 나갈 돈은 한가득인데 국내외를 불문하고 최근 증시가 폭락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8.85포인트(1.87%) 오른 2663.34에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만의 상승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만 10% 넘게 떨어졌다. 이날 872.67에 마감한 코스닥 역시도 올해만 15% 넘게 떨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나스닥은 약 14%, 다우는 6% 가량, S&P지수는 9% 넘게 하락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속도를 높이며 증시를 흔든 탓이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를 올해 3월로 종료하고 기준금리를 총 3차례 인상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지표가 고공행진하면서 상황이 급격히 변했다. 금리인상이 4차례를 넘어 6~7차례까지 가능하다는 관측, 조기 양적긴축 우려 등이 나왔다. 제롬 파월 의장이 재지명 청문회에서 조기 양적긴축 가능성은 일축하면서 증시에 잠시 온기가 퍼지는 듯 했지만 지난 26일(현지시간) 1월 FOMC로 다시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다.

파월은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고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꽤 많다"며 3월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사실 3월 금리인상은 시장이 어느정도 예측했던 바지만, 파월이 구체적으로 올해 금리 인상 횟수와 시점, 양적긴축 시행시기에 대해 밝히지 않은 점이 불확실성을 자극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에 국제유가의 기준이되는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9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며 리스크를 더했다.

그렇다면 설 이후의 증시는 어떻게 변화할까. 증권가에서는 다음주에 발표될 경제지표와 기업들의 실적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먼저 다음달 1일에는 한국 1월 수출·수입 지표와 유로존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된다. 2일에는 페이팔, GM, AMD, 알파벳 등의 실적 발표가 예고돼 있으며 3일에는 퀄컴과 메타가 실적을 발표한다. 4일에는 미국 1월 실업률과 시간당 평균임금 등 지표가 공개된다.

안진철 코리아에셋 연구원은 "미국의 1월 고용발표는 오미크론 영향으로 신규고용이 줄고 실업률이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2월에는 주요 기업의 지난해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데 실적이 양호한 기업이 많아 금융긴축에 쏠렸던 투자자 관심이 분산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오미크론과 경제지표 발표를 지켜봐야한다는 숙제를 남겼다"면서도 "금리, 유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부담 해소까진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실적이라는 불확실성 요인은 완화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실적 발표에 대한 주가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주요 기업들의 펀더멘털 확인이 지수 등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