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주식 왜 떨어지나" 했더니…새해 5대銀 가계대출 줄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5대 시중은행의 1월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줄었다.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 속도가 줄더니 새해 첫 달에는 아예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증가 속도가 감속해 1조원 남짓 늘어나는 데 그쳤고, 신용대출은 1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강도높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 조정 국면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준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만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중 유동성이 풀리면서 급증했던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1월 말(2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6333억원으로 전월(709조529억원)에 비해 4196억원 감소했다. 이달에도 주택담보대출은 증가세가 이어졌으나 증가폭은 확연히 줄었다. 5대 은행의 1월 말 현재 주담대 잔액은 전월(505조4046억원)보다 1조1081억원 늘어난 506조5127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액이 11월(2조1122억원)과 12월(2조761억원)과 견주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수요가 여전했지만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 강화로 증가 속도가 큰 폭으로 꺾였다"고 말했다.


1월 말 기준 5대 은행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38조1787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3785억원 줄었다. 12월(-1조5766억원) 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지난 18~19일 LG에너지솔루션 일반공모 청약에 따른 신청자금 수요로 은행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이 약 수조원 늘기도 했으나 상장 후 대출 상환이 이뤄지면서 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한도 연소득 제한 등 대출 규제가 여전하고,연말연초 성과급으로 대출 차주들이 마이너스통장을 상환한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보다 줄어든 건 작년 5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월별 증감액을 보면 지난해 4월 9조2266억원 폭증했다가 5월 3조546억원 반짝 감소했다. 하지만 6월(1조2996억원)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7월(6조2009억원) 다시 급증했으며,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총량관리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시작된 8월 3조068억원 늘었다.

이후 9월(4조729억원)부터 10월(3조4380억원), 11월(2조3622억원), 12월(3649억원)까지 증가폭이 줄더니 새해 첫 달 결국 감소세로 돌아섰다. 금융당국과 업계에선 대출 규제 강화와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 조정이 이어지면서 올해 가계대출이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계대출 안정화는 주택시장과 증시와도 상호 작용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년 8개월 만에 하락세(-0.01%)로 전환했다. 지수 3000 바로 아래에서 올해 문을 연 코스피시장도 최근 2600선을 위협받는 등 '영끌·빚투' 시대는 사실상 저물었다.

지난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1.00→1.25%)에 이어 미국의 긴축 시계가 빨라지면서 대출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 28일 현재 4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혼합형(고정금리)의 경우 최고 연 5.70%까지 올라와 6% 진입이 목전이다. 신용대출과 전세대출 최고 금리도 각각 4.70%, 4.859%로 조만간 5%를 돌파할 전망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연초) 일부 대출이 늘고 있지만 예년보다 적게 늘고 있어 안정적인 추세로 갈 거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4~5%대로 관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38조8990억원으로 전년말(670조1539억원)보다 5.8%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