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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선택? 하마터면 묻힐 뻔한 살인사건, '수도꼭지' 위 지문이…

머니투데이
  • 이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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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06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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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편집자주]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34만건(2019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장권호 경위(48) /사진=장권호 경위 제공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장권호 경위(48) /사진=장권호 경위 제공
지난해 9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50대 후반 남성이 자택 문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그의 목에는 방어흔 없아 치명상 하나뿐. 자칫하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오인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3팀 장권호 경위(48)를 비롯해 그의 팀원들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점을 감지했다. 기나긴 현장 감식에 들어간 이들은 끝내 자택 내부 화장실 수도꼭지에서 지문을 채취했다. 하마터면 묻힐 뻔한 사건의 실상은 이렇게 밝혀졌다. 피해자 회사 직원이었던 30대 남성이 퇴직금 지급 문제를 두고 피해자와 갈등을 벌이다 살해한 것.

2006년부터 과학수사 업무를 시작해 15년 차에 접어든 장 경위는 전국 최다 출동 기록을 보유한 그는 잔뼈 굵은 베테랑이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총 141건의 변사사건에 출동했다.


변사·살인·강도 '다 나간다'…끔찍한 살인 현장에서도 '단서' 하나 안 놓쳐


장 경위와 같은 과학수사요원은 하루 평균 적게는 3건에서 많게는 7건가량 현장에 출동한다. 변사, 살인, 강도, 강간 등 가리지 않고 '현장의 재구성'을 하는 게 이들의 임무다.

그러다 보니 각종 처참한 현장을 마주하기 쉽다. 지난해 10월 은평구 역촌동에서 한 30대 남성이 자신이 구독하던 인터넷 방송 진행자(BJ)의 어머니를 수십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장 경위는 현장을 찾은 시민, 취재진 사이에서 범죄 혐의점을 찾는 데 집중해야 했다. 그는 "각종 치명상의 크기와 깊이 등을 하나하나 살펴야 사건을 명확하게 밝혀낼 수 있다"며 "정신없는 상황에서 수 시간씩 집중해 채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 말했다.

'극한의 상황'을 맞닥뜨리는 건 늘 어렵다. 장 경위가 초년병이던 2007년 강서구 공항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한 남성이 동거하던 애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며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시신은 집 보일러실에 오랜 기간 방치돼 부패가 이미 많이 진행된 상황에서 발견됐다. 이를 수거해 채취하는 과정에서 발밑으로 구더기가 기어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혹시라도 모를 범죄 혐의점을 찾기 위해 단서 하나 놓치지 않으려 한다.

장 경위는 "수많은 현장에서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며 "각종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기 위해 기본(매뉴얼)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왼쪽에서 4번째가 장권호 경위(48). 왼쪽부터 장 경위가 속한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3팀 소속 천영민 경사(37), 이기봉 반장(56), 김주석 경위(53), 허수정(37) 경장, 강은호 경위 (49) /사진=이사민 기자
왼쪽에서 4번째가 장권호 경위(48). 왼쪽부터 장 경위가 속한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3팀 소속 천영민 경사(37), 이기봉 반장(56), 김주석 경위(53), 허수정(37) 경장, 강은호 경위 (49) /사진=이사민 기자


'목동 수몰사고'에선 손전등 하나…피해자 보면 '역지사지'의 마음 들어


장 경위와 같은 과학수사요원은 6~10kg에 달하는 보호복을 착용하고 길게는 12시간씩 현장 감식에 나선다. 한여름에는 땀을 너무 많이 흘려 탈수 증상이 오는 요원들도 있다. 장 경위 역시 오랜 시간 현장 감식을 하다 보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한다.

때로는 아파트 7층 높이의 베란다 난간, 유독가스가 가득 차 있는 화재진압 현장 등 위험천만한 곳에서 변사자를 수습해야 한다. 2019년 7월에 있던 서울 양천구 목동 공사장 수몰 사고에서 그는 손에 손전등 하나를 들고 어둡고 긴 배수 터널 속을 누볐다. 사고 현장에는 갑작스레 몰려온 빗물과 함께 쓸려온 뾰족한 쇠꼬챙이 등 위험한 적치물과 쓰레기가 넘쳐났고 유독가스까지 차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힘든 건 마음속 아픔이다. 그는 아직도 수몰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뜬 피해자들을 잊지 못한다. 당시 사고로 미얀마 국적 외국인 근로자와 한국인 협력업체 직원, 현대건설 직원 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가 처한 현실이 곧 자기 상황일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장 경위는 "생을 달리하는 마지막 이별은 늘 어렵고 슬프다"며 "이런 상황에선 제 가족들 얼굴이 오버랩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런 감정들은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 우울감과 무기력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장 경위뿐만 아니라 과학수사관이라면 모두 겪는 아픔이다.

그는 함께 현장을 누비는 동료들이 있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며 재차 공을 팀원들에게 돌렸다. 장 경위는 "돌아가신 분들은 현장에서 몸으로 말씀하신다"며 "이걸 우리와 같은 과학수사관이 듣지 못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사건도 미제로 남게 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음은 따뜻하게 머리는 냉철하게. 마음으로는 국민에게 위로를 주고, 머리로는 억울한 상황을 해결하는 과학수사요원이 되겠습니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장권호 경위(48) /사진=이사민 기자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장권호 경위(48) /사진=이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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