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전기 직원 245억 횡령한 방법..."관행 악용, 손쉽게 빼돌렸다"

계양전기 홈페이지 캡쳐. 245억 횡령사실에 대한 회사 입장문이 게재돼 있다.

올해 초 오스템임플란트 (1,900,000원 0.00%)의 2215억원 횡령사건의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코스피 상장사 계양전기 (1,937원 ▼108 -5.28%)에서 또 횡령사건이 터졌다. 연말 결산을 거쳐 재무제표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료 제출을 미루던 재무팀 직원이 뒤늦게서야 횡령사실을 자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계양전기는 전일(15일) 저녁 6시40분쯤 공시를 통해 이 회사 재무팀 직원 A씨가 2020년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1926억원)의 12.7%에 달하는 245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해 당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계양전기 주식은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의위원회 심의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내달 10일까지(필요시 15영업일 연장가능) 결정할 것"이라며 "심의대상으로 결정되면 매매거래 정지가 계속된다"고 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주요 주주로는 해성산업(회장 단재완) 등 최대주주 지분 45.27%(보통주 기준)를 비롯해 제2대 주주 유한회사 케이머스원(7.11%) 등이 있다.

이번 사건은 12월 결산사인 계양전기에서 지난해 말 결산이 끝난 이후에도 감사절차 자료가 외부감사인(삼일회계법인)에 제때 전달되지 않은 점을 확인하던 과정에서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산시점이 끝나는 즉시 외부감사인은 정기주주총회 개최 전 재무제표 확정을 위해 내부회계 관리제도 운용 실태 및 재무제표 감사에 착수한다. 재무보고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확인된 후에서야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맞게 제대로 작성됐는지 살핀다는 얘기다.

그런데 결산시점(21년 12월31일)이 끝난 이후에도 상당 기간 A씨 측이 관련 자료 제출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나중에서야 매출채권 및 매입채무 조작 등을 통해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처와의 자금결제가 일정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 관행을 악용해 자금을 빼돌렸다는 얘기다.

한편 A씨의 횡령금액이 245억원으로 끝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주범이었던 이모씨의 횡령사실이 확인된 것이 지난해 말쯤이었지만 자금을 빼냈다가 되갚는 등 범행은 2020년 4분기 쯤부터였던 것으로 추가로 확인됐듯 이번 건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일회계법인은 계양전기에 제3자 기관에 포렌식(과학수사) 등을 통해 횡령이 과거에 자행됐던 정황이 있는지 규명할 것을 의뢰하도록 요구했다. 횡령이 자행된 구체적 시점 및 규모는 추후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