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찬 속 막 내리는 베이징올림픽…큰 그림 숨긴 그가 웃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현지시간) 베이징 조어대에서 동계 올림픽 개막에 맞춰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뉴스1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오늘(20일)로써 막을 내린다. 서방 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과 소수의 관중만 허용된 조용한 대회였지만 중국 언론들은 저마다 간소하면서도 친환경적이며 완벽한 운영이 빛난 올림픽이었다고 자화자찬 일색이다.

중국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최대 요인에 중국 특유의 '제로 코로나' 방역이 있다고 본다. 대회 9일차에 접어든 12일부터 폐쇄루프 내에서 확진자가 1명 내지 0명으로 선수단 안전은 물론 폐쇄루프 밖 베이징 전역의 안전도 지켜냈다.


현지 언론들은 주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방역 올림픽을 홍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베이징일보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말을 인용해 "우리는 폐쇄루프에서 매우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친절하고 존경받을 만한 호스트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보도했다.

'성공적 방역 올림픽' 이면에는 체제 홍보중국의 의도대로다. 이번 올림픽은 자연스럽게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로 코로나 방역 원칙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나라라는 홍보의 장이 됐다. 이는 서방 민주주의 체제의 대척점에 서있는 중국 정치 체제의 우월성으로 이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서방을 향해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하나의 기준을 강요한다. 각 나라와 국민의 요구에 맞는 상황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같은 맥락이다.


중국과 서방의 대결 국면 속에 치러진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출발부터 화합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외교적 보이콧 속에 최고 지도자가 베이징을 찾은 나라는 러시아를 비롯해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특정 인물이 수십년 장기집권한 곳 위주였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를 희석시키려는 시도들도 있었다고 본다. 개막식 성화 최종 점화자로 위구르족 출신 크로스컨트리 선수 다니거 이라무장을 선정하고 신장이 스키의 기원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신장 출신 미녀 스피드스케이트 선수 아허나얼 아다커를 '올림픽 얼짱'으로 홍보했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중국을 택해 중국 대표팀으로 출전, 금메달을 획득한 구아이링 역시 체제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작 구아이링은 이중국적 질문에 동문서답으로 일관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관심이 없다. 구아이링을 통해 미국보다 중국이 좋은 나라라고 믿는 애국주의가 더 강해졌다.

신장 출신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 아허나얼 아다커/사진=바이두

장기집권 레드카펫…최종 수혜자는 시진핑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를 희석시키려 한다는 서방 언론들의 지적에도 중국은 "중국이 민족 단결의 대가족이라는 걸 보여줬다"(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제 여론보다 내부 결속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 모든 노력의 끝에는 시 주석이 있다. 시 주석은 올해 10월로 예상되는 20차 당대회에서 당 총서기직 3연임이 유력하다. 이후 내년 양회 때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연임은 수순이다. 올림픽 성공개최를 기회로 중국의 위상을 대내외에 알리고 그 공을 시 주석에게 돌림으로서 그의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려는 작업이다.

국제 여론과 중국 내 여론 간극이 더 벌어지는 와중에 시 주석에 대한 인민들의 지지는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는 양상이다.

이보다 앞서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1월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 때 역사결의를 채택, 시 주석 중심 권력지형을 굳건히 했다.

대만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프로스텍트 재단 라이이충 이사장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정치적 의미는 중국이 아니라 시진핑 주석이며 그는 자신의 지도력 아래 중국의 시스템이 모든 장애물을 극복할 수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며 "올림픽 성공은 시 주석의 공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