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도 흔들어도 7만전자 안 깨지는 이유…25% 오른 이 칩이 힌트

삼성전자 (79,200원 ▼500 -0.63%) 주가가 아슬아슬한 7만원대를 4개월째 수성하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14일 6만9400원을 기록한 뒤 줄곧 7만~8만원대를 오간다. 28일 오전 10시21분 현재 주가는 7만1400원. 미국의 금리인상 가시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올 들어서만 주가가 8% 넘게 빠졌지만 7만원선을 마지노선으로 버티는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당분간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증권사의 목표주가 상향도 잇따른다. 이달 들어 키움증권(10만원), KTB투자증권(10만5000원), SK증권(9만8000원), 유진투자증권(9만3000원)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올렸다. 지난달에도 대신증권과 유안타증권이 각각 목표주가 12만원, 11만8000원으로 삼성전자 매수 의견을 냈다.


시장 투자심리가 7만원선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버팀목 지표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D램 현물가격을 꼽는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쓰이는 범용 D램(DDR4 8Gb)의 현물가격이 지난 25일 3.949달러로 3개월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저점이었던 11월22일 3.168달러를 기준으로 상승폭이 25%에 달한다.

D램 현물가격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애플, 구글 등 고객사와 대규모 거래할 때 책정하는 고정거래가격과 별도로 대리점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시장거래가격을 말한다. 대기업간 거래시장에서 남는 물량이 주로 거래되는 탓에 수급 상황을 더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현물가격이 2~6개월 뒤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당초 상반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던 D램 업황 약세 국면이 이르면 1분기에 조기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물가격과 고정거래가격의 괴리를 고려하면 앞으로 고정거래가격 추가 하락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1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 하락률도 지난해 4분기 대비 한자릿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2월 D램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3.41달러로 지난달 수준을 유지했다고 이날 밝혔다. 다음달에도 가격이 유지되면 1월 하락폭(8.09%)를 감안해도 최근 전망치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이미 시장이 공급자 우위로 바뀌는 조짐도 포착된다. 코로나19 오미크론 재확산과 삼성전자 중국 시안 생산라인 조업 차질·웨스턴디지털-키옥시아의 일본 공장 셧다운 등이 겹치면서 글로벌 클라우드업체의 물량 확보 심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 등 4대 데이터센터 업체의 올해 케팩스(자본적 지출)은 10.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부터 공급망 문제 등으로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의 설비 반입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증설 물량이 제때 공급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메모리반도체 가격 협상에서 반도체 제조사에 훈풍이 되는 모양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D램 설비투자가상당히 보수적으로 집행될 전망"이라며 "D램 시장이 성수기인 2, 3분기로 갈수록 공급 부족 양상을 보이면서 이에 따른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로 범위를 좁히면 삼성전자의 실적(에프엔가이드 집계)은 매출 74조2191억원, 영업이익 13조351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5%, 38.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실적은 매출이 지난해를 넘어 역대 최대를 재경신하고 영업이익도 사상 최대였던 2018년(58조8867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64조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