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사태 놀란 EU, 신재생 시간표 당긴다…韓 태양광·풍력 기대

함부르크 풍력발전기/사진제공=함부르크 주정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침공 여파로 에너지 안보 위기에 직면한 유럽이 재생에너지 시간표를 앞당긴다. 독일이 최근 전력부문의 재생에너지 비중 100% 달성을 기존 2050년에서 2035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비슷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 진출한 한국 태양광과 풍력 기업의 먹거리도 늘어날 전망이다.

2일 외신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독일의 에너지와 기후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는 당초 2050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재생에너지 비중 100% 달성을 2035년까지로 15년 앞당길 계획이다. 오는 7월 1일 발효를 목표로 의회에 제출되는 신재생에너지원법(EEG) 법안은 2030년까지 독일 전력 비중의 80%, 2035년까지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충당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발전 확대 속도를 높인다. 독일은 EGG법안을 통해 올해 지붕에 설치하는 태양광 패널에 대한 보조금 삭감을 보류한다. 현재 연간 5GW(기가와트) 수준인 태양광 발전 설치량을 2028년까지 20GW로 증가시켜 2035년까지 그 수준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2035년까지 태양광 발전량을 총 200GW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육상풍력 설치량은 현재 연간 2GW 수준에서 2027년까지 10GW로 늘린다. 2035년까지 독일의 육상풍력 발전량은 최대 110GW까지 늘릴 계획이다. 해상풍력 발전량은 2030년까지 30GW를 채운 뒤 2045년까지 70GW로 확대한다.

독일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서두르는 이유가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인만큼 이 같은 움직임은 유럽 전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독일은 천연가스 소비량의 54%를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폴란드, 불가리아 등 EU 국가들도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다. EU는 전체 천연가스 수요의 40% 정도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럽에 진출한 한국 재생에너지 기업들도 수혜를 입게 됐다. 한화큐셀의 경우 전체 태양광 패널 중 20~30%가 유럽 시장에 출하되는 물량이다. 특히 한화큐셀은 유럽 국가 중에서도 독일을 주력 국가로 삼아 수출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독일 생활소비재 어워드'(Life & Living Awards) 태양광 분야에서 2020년, 2021년 2년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화큐셀은 올해 태양광발전 설치 수요는 지난해보다 30~40GW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유럽의 재생에너지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요가 예상을 웃돌 가능성도 점쳐진다.


풍력발전 기업들도 블루오션이 열린다.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강국인 영국은 2030년까지 40GW 규모의 발전용량을 목표로 대규모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해상풍력 불모지인 스페인도 2030년까지 부유식 발전용량을 최대 3GW로 늘리기로 했다. 독일의 풍력발전 확대 계획만 반영해도 2030년 유럽의 풍력 신규 설치량은 40GW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선 씨에스윈드가 직접적인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씨에스윈드는 전체 매출액 중 유럽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포르투갈 풍력타워·해상타워 하부구조물생산기업인 ASM사를 인수해 해상풍력타워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씨에스윈드는 터키에도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대규모 증설을 완료했다.

특히 중국 풍력타워업체들이 유럽에서 반덤핑 판정을 받은 상태라 씨에스윈드의 경쟁력이 더 커진 상황이다. 업계에선 씨에스윈드의 유럽 풍력타워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지난해 인수한 삼강엠앤티도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제조해 글로벌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 10년 이상 조선업체의 해양플랜트사업을 수주해 발전용 부품 제작능력을 길렀고 덴마크 CIP, 캐나다 노스랜드파워, 벨기에 데메(DEME), 덴마크 블라트(Bladt) 등과 계약을 맺었다. 영국 해상 풍력단지 공급사인 아랍에미리트 람프렐과도 하부구조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세아제강지주의 영국 생산법인 ㈜세아윈드도 해상풍력 발전용 기초 구조물인 모노파일을 제작하는 만큼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세아윈드는 지난해 말 글로벌 해상풍력발전시장 1위 기업 덴마크 오스테드로부터 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 사업인 '혼시3(Hornsea3) 프로젝트'에 공급될 대규모 모노파일을 수주했다.

재생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유럽국가들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하기 위해 기존 재생에너지 목표보다 속도를 높이는 추세가 일반적으로 될 것"이라며 "유럽 재생에너지 시장이 10년 내로 4~5배 이상 늘어나는 만큼 유럽에 진출한 한국 재생에너지 기업의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