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값 폭등해도...K배터리 "니켈 중심 전략 그대로"

삼성SDI 배터리브랜드 '프라이맥스(PRiMX)' 제품 /사진=삼성SDI

유례없는 니켈값 폭등 속에서도 국내 배터리업계가 니켈 함량을 극대화한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할 계획이다. 최근 니켈값이 급등하자 한국과 달리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공을 들인 중국이 옳았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우리 기업들은 프리미엄 시장공략에 주력할 방침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는 니켈 거래 중단조치를 주말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11일부터 거래를 재개할 계획이었지만 내주로 미뤘다. 지난 8일 런던금속거래소는 250% 값이 폭등한 니켈 매매를 정지시켰다. 런던금속거래소가 특정 광물 거래를 중단한 사례는 1985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니켈값 폭등은 글로벌 공급망의 10%를 담당하는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차익을 노린 중국계 거대자본의 시장 교란으로 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니켈은 배터리 4대 핵심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의 주원료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3사는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또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배터리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3사 모두 니켈 비중이 90%인 제품을 출시했거나, 금년 내 선보일 계획이다. LFP배터리의 경우 전기차용으로 상품화 한 중국과 달리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로 쓰임새를 넓혀가는 추세다.

니켈값이 폭등하면서 일각에서는 LFP배터리를 사용한 중국이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업계는 비약적인 해석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는 니켈값이 폭등했지만, 과거에는 리튬값이 폭등한 적도 있었다"면서 "니켈·리튬뿐 아니라 코발트·망간 등의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고, 흑연·백금·이리듐 등 배터리 제작에 필수적인 다른 자원들의 가격도 급등락을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특정 자원의 가격이 오르내릴 때마다 배터리 전략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배터리 생산량이 확대되면서 필수 광물의 수급이 불균형해진 것"이라면서 "가격이 오르면 채산성이 높아져 공급량이 점차 확대될 것이고, 배터리 가격도 이 같은 시장가격이 반영돼 적정선을 유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성장과도기라는 증거며, 결국 시장·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고 답했다.

국내 배터리업계가 공급망을 다변화하게 된 배경에도 필수 광물자원의 가격 급등락과 수급 불균형을 장시간 학습해왔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경제제재가 가해지면서 가격부담은 커졌지만, 공급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K배터리의 핵심 니켈 공급처는 인도네시아·호주·남미 등이다. 러시아산 니켈 의존도는 상당히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테슬라·벤츠 등이 LFP 탑재 비중을 늘리더라도, 삼원계 배터리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업계는 거듭 강조했다.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테슬라·벤츠 등이 LFP배터리 비중을 늘려간다고 해서 삼원계 배터리의 사용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면서 "신규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LFP를 탑재하는 것일 뿐, 중급 이상 프리미엄 제품에는 여전히 삼원계 배터리 중심이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니켈이 고갈되지 않는 이상 국내 기업들이 삼원계 배터리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LFP를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신제품을 개발하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폭넓은 고객사에 대응해 가는 상황에서도 삼원계가 핵심일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