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社, 사채 발행한도 줄줄이 상향 추진…"2~7배 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줄줄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사채 발행한도 상향을 추진한다. 적게는 2배, 많게는 7배 증액이다. 적시에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한도를 넉넉히 늘려 놓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과다한 사채 발행은 기존 주주가치를 희석시키는 등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종근당 (101,100원 ▲500 +0.50%)은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한도 상향을 골자로 한 '정관 일부 변경의 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전환사채 발행한도를 액면총액 1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는 1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높이는 것이다. 계열사 종근당홀딩스, 종근당바이오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한도를 각각 1500억원, 1000억원으로 500억원씩 늘릴 예정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향후 자금조달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온스그룹 계열사 휴메딕스 (33,000원 ▲1,200 +3.77%)는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와 함께 교환사채(EB), 이익참가부사채(PB) 발행한도 상향을 추진한다. 총 500억원이던 사채 4종의 한도를 2000억원으로 올리겠단 것이다. 휴온스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전환사채 발행으로 한도가 차서 늘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 △아이진 (3,040원 ▼40 -1.30%)이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한도를 각 300억→2000억원 △올릭스 (15,220원 ▼90 -0.59%) 전환사채 발행한도 1000억→2000억원 △아이센스 (19,120원 ▲60 +0.31%) 및 싸이토젠 (12,840원 ▼230 -1.76%)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한도 각 500억→1000억원 △미코바이오메드 (1,426원 ▼39 -2.66%) 전환사채 발행한도 500억→1000억원 △제이시스메디칼 (9,450원 ▲80 +0.85%)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교환사채 각 100억→300억원 △셀리버리 (6,680원 ▼2,850 -29.91%)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교환사채 1000억→1조원 등으로 상향할 예정이다. 이중 올릭스는 사채발행 목적에 '재무구조 개선'도 추가한다.

바이오회사 IR 담당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과제, 파생된 연구 진행을 위한 연구개발 비용이 늘었다"며 "대부분 투자 때문에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발행한도를 높이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연내 금리 인상이 유력시되는 상황이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상 전 우호적인 조건 하에 자금을 조달하려는 국내 제약·바이오사들 의중이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사채 발행한도 상향에는 적시 투자금 조달을 가능케 한단 긍정적 측면과 지나친 발행시 주주가치 훼손을 야기할 수 있단 부정적 측면이 공존한다. 현행 상법 제469조4항에선 이사회가 대표이사에 사채 금액 및 종류를 정해 1년을 초과하지 않는 기간 내 사채를 발행하는 것을 위임할 수 있게 했다.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크레딧시장 관계자는 "한도 내에선 대표 마음대로 발행할 수 있다"며 "한도가 과도하고 이사회가 친 대표 체제라면 견제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으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 주당 순이익 감소하니까 주가 가치가 떨어져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이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후 시설이나 연구개발 등 회사 성장성을 높이는 곳이 아닌 부정한 곳에 자금을 쓰지 않는지 주주들이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들 사채 발행한도 증액이 모두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이들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돼야 확정되기 때문이다. 정관변경 안건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다.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이 필요하고, 출석한 주주 의결권에서도 3분의2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특수관계인 지분이 높은 편인 종근당, 휴메딕스는 안건이 무난한 통과가 점쳐지나 아이진(특수관계인 총 10.24%), 싸이토젠(21.20%), 셀리버리(21.36%), 올릭스(29.73%) 등은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