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국민 메시지에 尹 없었다…尹 취임식 초청 응할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특별사면을 받아 석방된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퇴원 뒤 대구 사저로 돌아가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할 뜻을 밝히면서 양측의 회동 가능성이 커졌다.
환한 미소 朴 "못 이룬 꿈 있어"…尹 언급 안해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하면서 비교적 밝은 모습으로 육성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는 "많이 염려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며 지지자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의 계획 등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탄핵 후 5년 만에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으로 돌아와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3000여명의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수차례 '대구'와 '달성군'을 강조하면서 감사의 뜻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이었다"며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특별사면 이후 입원 치료를 받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 후 병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2. 3. 24.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후 소주병이 날아드는 돌발 상황도 발생했다. 박 전 대통령은 24년 전인 1998년 달성에 처음 왔던 순간부터 4선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대통령이 된 과거를 되짚었다. 또 달성군의 명칭을 일일이 거론하며 애착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에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좋은 이웃으로서 여러분의 성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에 대한 정치적 메시지는 자제한 가운데 고향인 대구에 힘을 실으면서 향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1일 0시부로 수감 4년 9개월 만에 특별사면되면서 대선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렸지만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가 자유인의 신분이 된 이상 특정 사안에 입을 열 가능성은 열려 있다.
尹, 대구 찾아가고 취임식 초청할 듯…尹·朴 회동 임박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 16인에 임명장을 수여한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결정 후에도 언급을 자제해왔다. 그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통의동 인수위 마당에 마련된 프레스다방에서 기자들과 만나 "건강이 회복돼서 사저에 가시게 돼 다행"이라며 "제가 내주부터 지방을 가볼까 하는데 퇴원하셨다니 한 번 찾아뵐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대구) 사저로 가셨다고 하니 (박 전 대통령) 건강을 살펴 괜찮으시면 찾아뵐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 취임식 초청 여부에 대해 "원래 전직 대통령들이 오시게 돼 있지 않느냐. 당연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법률상 경호 등에 있어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지 못해 취임식에 초대할 경우 일정 부분 논란이 불거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을 초청할 경우 국민 화합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단 반론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호 변호사는 이날 오후 "윤 당선인 측에서 박 전 대통령을 방문한다는 얘기는 언론을 통해 들었지만 직접적으로 연락 받은 건 없다"며 "연락이 온다면 (박 전 대통령이) 결정하시고 언론에 알릴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박 전 대통령에게 '건강하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축하난을 보냈다.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 간 최근 인사 문제 등을 놓고 '신구 갈등'이 빚어진 가운데 윤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을 먼저 만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