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작심 분개, 대전 새구장 무산위기 "한화가 떠나봐야 느끼겠나"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의 모습.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허구연(71)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가 공식 취임식에서 대전의 새 야구장 건립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허 신임 총재는 2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KBO 제 24대 총재 취임식에서 대전 야구장 신축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허 총재는 "제가 오는 4월 10일에 대전을 방문한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함께 경기를 관전할 예정이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거기에 상응하는 입장을 밝히겠다"며 "현 시점에서 보면 야구장 신축과 관련해 다른 당 후보들도 다 공약에 넣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후보가 바뀌었다고 해서 문제 걸고 넘어지는 건 말 그대로 정치 논리다. 정치적으로 스포츠를 이용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64년 준공된 이글스파크의 나이는 올해로 58세. 현재 10개 구단 홈구장 중 역사가 가장 오래 됐다. 대전 야구장 신축(베이스볼드림파크)을 위한 한밭종합운동장(중구 부사동) 3월 철거 착수는 이미 무산됐다.

최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밭종합운동장 철거 문제는 민선 8기 시장 자리를 노리는 여야 정치인들의 잇단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공사(계룡건설 컨소시엄)의 현지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관할 중구청으로부터 해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행정 절차까지 남아 있다.


민선 7기 임기를 석 달여 남겨 놓은 허태정 시장은 지난 24일 "베이스볼드림파크와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 조성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야구장 건립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허 시장이 내건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다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오는 6월 1일 치러질 민선 8기 시장 선거에 나선 대부분의 여야 예비후보들이 "제대로 된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한밭운동장부터 부수려는 것은 졸속 행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허 총재는 "예산은 1600억원 가까이 확보가 돼 있다. 물론 그곳에 건립이 돼야 한다"면서 "강력한 발언일지는 모르겠으나, KBO가 그런 스탠스를 취해서는 안 된다. 예전 총재님들께 '지자체에서 구단에 갑질을 하고 있다. 구단에 대해 소중함을 모르는데 왜 거기에 계속 있어야 하는가. 떠나야죠'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그래야 지자체가 느낀다고 본다"고 작심한 듯 분개 섞인 발언을 이어갔다.

허 총재는 "과거 대구시장, 광주시장과 식사를 하면서 '라이온즈와 타이거즈가 연고지를 떠나면 되겠는가. 그런데 왜 새 야구장을 안 지어주는가'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대전도 건립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안 된다면 총재가 갖고 있는 권한을 모두 다 쓰려고 한다. (한화가) 떠나는 것을 한 번 보여주고 싶다"며 "떠나면 팬들이 화를 내고, 자기 정치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고 싶다. 그런 행동을 안해왔기 때문에 지자체가 쉽게 생각한다고 본다. 프로농구에서도 KT가 부산에서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총재로서 할 수 있는 권한은 다 행사해야 한다"고 강력한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제24대 신임 총재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