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신세에서 신데렐라 된 중고차, 렌터카 장기호황 진입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렌터카업체들의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 렌터카 수요가 매년 급증하는 추세인데다 중고차 가격이 급등하며 보유차량 자산가치도 함께 올랐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부터 대기업들이 중고차 매매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중고차 매매가 고수익 사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롯데렌탈의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11%, 42% 증가한 6520억원과 700억원으로 추산된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2조4227억원의 매출액과 24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4분기에는 역대 최대실적을 내기도 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렌탈 사업은 장기B2B, 장기B2C, 단기B2C로 구분할 수 있는데 1분기 장기 렌터카 수주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장기 렌터카의 경우 3~5년 계약을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수주 증가 효과는 1분기 뿐 아니라 향후 매출 추정치 상향 요인"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자동차를 직접 구매해 사용하려는 수요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리스나 렌탈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올라갔다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리스 업체 관계자는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주 입장에선 리스나 렌탈요금을 비용처리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며 "직접구매의 경우 감가상각비 문제나 정비, 사고처리, 보험료 등 다양한 비용이 들어 리스나 렌탈이 유리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업 외에도 개인이 장기 렌터카를 이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20~30대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구독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비용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2~3년마다 신차를 바꿔타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COVID19)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차량생산과 운송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는 점도 리스, 렌터카 증가의 배경이 됐다.

차량생산에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국산과 수입을 가리지 않고 인기차종은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대체적이다. 리스나 렌터카 업체도 영향은 받고 있으나 완성차 업체와 사전 대량구매 계약을 해놓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차량인도가 가능하다. 동일모델을 주문했을 경우 렌터카가 최소 반년 이상 빨리 받는다는 것이 자동차 영업현장의 상식이다.

이처럼 완성차 공급이 부족해진 상황이 지속되면서 중고차 시세가 크게 올랐는데, 이는 렌터카 업체들에 무척 고무적인 이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고차 평균 매매가는 1440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약 90만원 가량 상승했다.

여기에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 시장진출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한국은 해외에 비해 중고차 거래비율이 낮은데 이는 중고차 딜러들의 신뢰도가 낮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사기, 강매를 비롯해 사고차량을 정상차량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불법판매가 배경이다. 극소수 딜러에 국한되지만 시장 전체에 대한 소비자 믿음을 떨어트린 이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신차 판매대수 대비 중고차 거래대수는 한국이 1.4배 정도다. 영국(2.9배), 미국(2.3배), 독일(1.9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지난 3월17일 중소기업벤처부에서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를 허용했고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리스, 렌터카와 금융권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이 중고차 거래에 참여하면 차량 신인도와 보증, 사후정비 서비스 등 품질보증이 가능해지고 이는 중고차 거래활성화와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고차 구매자의 중고차 시장 신뢰도는 14.8%, 매매상에 대한 신뢰도는 11.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기업 진출로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되고 차량 이력관리, 기능점검리 이뤄지면 높은 수준의 상품화가 가능해 중고차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대차는 초기 200개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만 선별 판매할 계획이며, 중개 플랫폼의 경우에도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다"며 "주요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으며 빠르면 2022년 4분기부터 본격적인 영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리스나 렌탈업체 입장에서도 중고차 처분과 운영이 용이해 지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장기업 가운데는 롯데렌탈과 케이카 등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롯데렌탈 (27,000원 ▼100 -0.37%)은 올해 하반기 중고차 소매사업에 신규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렌터카, 카-쉐어링 비즈니스에서 회수된 중고차를 판매해 6472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는데 중고차 소매사업을 직접 수행하면 3~5% 추가마진이 생기고 중고차 잔존가치도 상승하게 된다고 이 연구원은 분석했다. 케이카 (14,080원 ▲280 +2.03%)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1위 사업자로 직접 차량을 매입하고 상품화를 거쳐 유통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시장성장 초기 차별적인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