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 사라졌다…유니클로 '품절 대란', 데상트는 '흑자전환'

패션업계에서 '노재팬(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2년 만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보복소비가 일어나면서 일본 패션기업들의 한국 실적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불매운동의 재발 위험 등을 감지한 일본기업들은 해외 사업의 중심을 중국으로 빠르게 이전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데상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5437억원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5억원으로 영업손실 33억원에 흑자전환했다. '노재팬' 이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감소한 수치지만 코로나19로 패션 브랜드들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후퇴한 점을 감안하면 특별히 부진하다고 보기 어렵다.


신발 멀티스토어 ABC마트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이 4861억원으로 6.7% 늘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153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스포츠브랜드인 아식스스포츠는 지난해 국내 매출이 967억원으로 제자리걸음했지만 영업이익은 3억4000만원으로 영업손실 4억8000만원에서 흑자전환했다.

일본의 대표 패션브랜드인 유니클로는 9월 결산법인으로 이미 완연히 개선된 실적을 공개했다. 유니클로의 국내 사업을 영위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2020년 9월~2021년 8월) 매출액은 전년 대비 7.5% 감소한 5824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529억원으로 영업손실 884억원에서 대폭 개선됐다. 유니클로는 올해 초에도 패션디자이너 르메르와의 협업 제품으로 국내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일각에서는 일본 패션기업들의 실적 타격은 노재팬보다 코로나19 여파가 더 컸다고 보기도 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일본 브랜드들은 국내 브랜드보다 온라인 판매 비중이 적어 점포 등 고정비용이 컸다"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악화된 수익성이 최근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노재팬의 영향력이 아예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데상트의 경우 반일 감정이 거세지면서 경영권 분쟁까지 치르고 중국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불매 운동의 재발 가능성이 있는데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코트 등 고가의 제품이 팔리는 겨울이 짧아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데상트는 2015년 이후 한국 매출이 일본 현지 매출을 앞지르며 한국 시장 공략에 주력했다. 2019년 노재팬으로 매출 성장세가 꺾이자 데상트의 우호 지분을 들고 있었던 이토추상사는 한국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상트 창업주인 이시모토 마사토시 당시 사장이 이에 반대하자 이토추상사는 공개매수에 나섰고, 지분을 40%까지 끌어올리면서 2019년 6월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다.

중국에서 골프웨어, 스포츠의류 바람이 불면서 데상트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한국, 일본을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2021년 3월~2022년 2월) 데상트의 중국 매출액은 전년 대비 64% 증가한 545억엔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데상트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최근 2년간 점포를 40곳 늘리고 대형화에도 나서고 있다.

유니클로 역시 중국에서 매년 100개씩 점포를 늘려나간다. 유니클로의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의 매출 비중은 일본이 50%, 중국본토·대만·홍콩 등 중화권이 3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