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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늘 있었지만"…기업인 사면, 지금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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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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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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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기업인 사면론 그 뒤엔 기업의 위기(上)



"한국경제 '퍼펙트 스톰' 온다"…'기업인 사면론' 목소리 커지는 이유


/사진 = 이호연 디자인기자
/사진 = 이호연 디자인기자
재계와 경제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마무리와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요 기업인을 사면해 달라는 청원을 내놨다.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을 놓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 경쟁과 흔들리는 공급망, 치솟는 원자재 가격 등 물가 상승과 경기 하강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눈앞에 둔 일촉즉발의 경제 환경 속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리더십 있는 경제인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룹 총수를 중심으로 빠른 의사 결정과 장기적 안목의 과감한 투자를 장점으로 하는 대한민국 산업 구조에서 이제는 이들을 위기 극복의 선봉장으로 뛰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이전 마지막 사면 기회인 석가탄신일(5월 8일)을 앞두고 이 부회장과 신 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을 사면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글로벌 경제 위기에 국내 기업 경영난이 겹치면서 여느 때보다 '특별 사면'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견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재용·신동빈 등 주요 기업인이 경영 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의 발목이 붙잡혀 있다"며 "고용효과와 경쟁력 확보 등을 고려하면 이들을 사면해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주요 국내 경제 5단체도 지난 25일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역량 있는 기업인들의 헌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재계가 한뜻으로 주요 기업인들의 사면을 촉구하고 나선 데에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로, 일본(1.0%)과 대만(2.3%)보다 높으며 아시아 선진 8개국 평균치(2.4%)보다 높다. 반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에 그쳐 호주(4.2%)와 싱가포르(4%)는 물론 대만(3.2%)보다 낮다. 고물가와 저성장 위기가 동시에 예상되는데다 막대한 가계부채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전방위적인 경제위기 '퍼펙트 스톰' 을 앞뒀다는 우려가 커졌다.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은 대표 기업들을 앞세운 주요국들의 글로벌 전쟁터가 되고 있고, 미중 갈등에서 기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다.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최근 수년간 수감 생활과 재판, 가석방 신분 등으로 발목이 묶인 사이 과감한 미래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 사이 경쟁사인 휴대폰의 애플, 반도체 부문의 TSMC, 인텔 등은 공격적인 투자로 삼성전자와 거리를 넓히거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과거에도 국가경제가 암초에 직면할 때 기업인들을 사면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있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로 위기를 맞았던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특별사면을 받고, 위기 극복의 전면에 섰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009년 단독 사면 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 상태이기 때문에 등기이사 등재가 제한되고 해외 출국에도 제한이 걸리는 등 (오너로서의) 책임경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기업인들의 사면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현금 곳간 130조인데…" '미래동력 발굴' M&A 멈춘 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위기는 늘 있었지만 현재만큼의 불확실성을 마주한 순간은 없었습니다."

26일 삼성전자 실적발표를 이틀 앞두고 한 회사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8일 올해 첫 분기에 77조원의 매출을 거뒀다는 소식을 알릴 예정이다.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이란 희소식이지만 내부에서는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한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해결이 쉽지 않은 중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지는 가운데 미래 투자는 정체되면서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반의 인플레이션 등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의 여파로 반도체 시장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내부로 보면 파운드리 수율,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 문제에 따른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리더십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가석방 신분으로 정상적인 경영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 출장을 위해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어 책임 경영을 하기도 어렵다. 지난 25일 경제계에서 청와대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청원한 배경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 규모를 갖춘 대기업의 위기 돌파 과정에 기존에 없는 약점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이 필수적"이라며 "이병철 회장의 반도체 사업이 그랬고, 이건희 회장의 바이오 산업이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일은 단기 성과에 구속받는 전문 경영인이 하기는 어려운 일"이라 덧붙였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이미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한다는 공통된 인식 속에서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만 TSMC는 올해에만 440억달러(약 52조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단행할 계획을 밝혔고, 인텔은 M&A(인수합병)을 무기로 삼성을 제치고 업계 1위를 차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스마트폰 사업은 애플과 중국업체의 압박으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고, 디스플레이 역시 후발주자의 기술 추격이 매섭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달러(20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투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사실상 2020년 말부터 검토해온 사안으로 과감한 결단보다는 신중한 투자에 가깝다. 지난해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직후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도 있으나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 그쳤다.

성장동력 확보의 지름길로 M&A도 거론되지만 이 역시 가석방 신분인 상태에서 추진되기가 쉽지 않다. 대규모 기업 인수 사례가 2016년 하만 이후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30조원에 달하는 데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총수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라고 짚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M&A 과정에서) 전문경영진 사이에서 합의가 안되면 총수가 직접 가 담판을 지을 필요가 있다"면서 "얼마 전에 롯데에서 미니스탑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 다녀온 것이 한 예"라 말했다.





미래 투자 나서는 롯데, 신동빈 회장 '사면' 되면 신사업 탄력



"위기는 늘 있었지만"…기업인 사면, 지금 필요한 이유

총수 부재와 연이은 대외 악재로 5년간 성장이 멈췄던 롯데그룹이 투자에 속도전을 내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 회장(사진)의 특별사면복권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오, 헬스케어, 수소 등 신사업으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야 할 시기를 이끌어 갈 리더십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사면복권으로 대외활동 리스크가 사라지면 견장 경영과 투자 활동 등이 원활해질 수 있다는 기대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25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청와대와 법무부에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기업인의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제출했다.

신동빈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배임·횡령 혐의로 지난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지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취업 제한 상태는 아니어서 출소 이후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2023년 10월까지 집행유예 상태로 경영 활동 과정에서 여러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의 비즈니스 과정에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롯데그룹의 재도약을 위해 활발한 경영 활동이 필요한 시기에 사면, 복권이 절실한 이유"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과 관련된 수사, 재판과 경영권 분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연이은 악재에 시달려 왔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투자 활동에 제약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신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기 시작하면서 신 회장의 역할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이후 1조원 이상을 인수합병 또는 지분 참여 형식으로 투자했다. 한샘(3095억원) 한국 미니스톱(3134억원) 쏘카(1832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오, 메타버스, 수소 등 미래 성장동력 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산하 바이오팀, 헬스케어팀 등 신사업 전담조직을 신설한 이후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난 1일 롯데헬스케어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 구조를 구체화하고 있는 단계다. 글로벌 역량과 가능성 있는 기업 M&A 대상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7월 칼리버스를 120억 원에 인수하며 갓 시작된 메타버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사업은 신동빈 회장이 직접 힘을 실어주며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주요 경영진 회의를 메타버스에서 진행할 것을 제안하며 "화성보다 먼저 살아가야 할 가상융합세상에서 롯데 메타버스가 기준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독려했다.

유통과 함께 그룹 주력 사업인 화학사업에서도 신사업을 강조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월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와 말레이시아에서 청정 수소 사업 개발에 사선데 이어 2월 2330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 터리용 전해액 용기용매인 고순도 EC(에틸렌 카보네이트)와 DMC(디메틸 카보네이트) 생산시설을 대산석유화학단지 내에 건설키로 했다. 최근에는 1조원 수준인 Pi첨단소재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사면되면 M&A 협상, 현장경영 및 투자 등이 보다 원활해 질 것"이라며 "해외 M&A를 비롯해 미래지향적 신사업에 대한 투자 활동이 활발해지고 고용창출에 적극적인 발걸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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