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 급증하는 공매도에 커지는 '개미비명'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하락장이 길어지며 공매도에 대한 개미(개인 투자자)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에 공매도까지 더해지며 개미가 주로 보유한 대형주 주가가 급락하고 있어서다. 현재는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가 재개됐지만 금융당국이 나머지 종목들의 빚장도 푸는 전면재개 카드를 생각하고 있어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KRX)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분기까지 코스피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5077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3일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지난해 말까지 기록한 코스피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4279억원과 비교해 18.66% 증가했다.


미국 긴축 가속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공매도 역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을 판다'는 뜻인데 주가 하락이 전망되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내리면 떨어진 가격에 되사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다. 즉, 하락장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투자 방법이기에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개미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겨 개미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NAVER (184,400원 ▲100 +0.05%))는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21일 전체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이 13.87%를 기록했고 지난 25일 22.58%까지 커졌는데 같은 기간 주가도 크게 하락해 현재 20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개미는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 투자자별 공매도 거래 대금을 조사한 결과 외국인이 70.88%, 기관이 27.08%로 98%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인의 코스피 공매도 비중은 2.04%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공매도는 어떠한 기업의 실적 등 펀더멘탈이 악화해 나오는 매도의 일종일 뿐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가 늘어나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하지만 꼭 공매도 때문은 아니다. 이럴 때 보통 매도도 많아 주가가 하락한다. 그렇다고 매도를 금지해야 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매도는 그 자체로 중립적 수단"이라며 "공매도가 왜 증가하는지가 중요한데 이를 살펴보면 결국 실적 등 펀더멘탈 때문이다. 실적이 나빠질 것 같으니 공매도로 돈을 벌어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 연구원은 "공매도가 없으면 어떠한 기업에 악재가 발생해도 주가가 천천히 내려 거품이 낄 수 있다"며 "그럼 사람들이 현재 주가 수준에 믿음을 가지지 못해 거래량이 줄어들고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 가운데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정보력이 낮은 개미가 공매도 흐름과 반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는 주가 하락 영향으로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패자 주식'을 순매수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공매도 비중이 높아 추가적 주가 하락까지 예상되는 주식을 순매수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미가 공매도 비중이 높은 패자 주식을 선호하는 이유가 정보력의 차이일 수 있다며 "공매도 관련 정보 비대칭성 완화 차원에서 공매도 잔고 비중 0.5% 이상인 현행 공매도 공시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