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형+원통형' BMW 新배터리 전략에...삼성SDI 웃는다

'인터배터리 2022' 삼성SDI 부스 중앙에 BMW 전기차가 전시돼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각형을 고집해온 BMW가 오는 2025년 이후 출시하게 될 신형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할 전망이다. 기존 공급사 가운데 유일하게 원통형을 생산하는 삼성SDI가 공급을 도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배터리업계가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기보다 기존 납품처의 수요 확대에 대비하는 추세여서 삼성이 가장 큰 수혜처가 될 전망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BMW는 오는 2025년 공개할 신형 전기차 플랫폼 '노이에 클라쎄(Neue Klasse)'에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다. 해당 플랫폼은 BMW가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Qualcomm), 시스템·자율주행 전문기업 어라이벌(Arriver) 등과 체결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완전 자율주행(레벨5)' 구현을 목표하는 차세대 핵심 모델이다.


BMW는 해당 플랫폼에 전기차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를 선보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내연차로 따지면 '연비'를 혁신적으로 늘리겠다는 취지다. BMW는 해당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해온 각형이 아닌 원통형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원통형은 가장 기본이 되는 배터리 형태다. 안정성이 가장 높은 형태의 배터리로 손꼽히지만, 외관 특성상 여러 셀을 묶으면 유휴공간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단점도 지녔다. 제한된 공간에 높은 많은 전력을 저장해야 하는 전기차에 각형·파우치형 배터리가 주로 탑재됐던 이유다. 그러다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면서 완성차업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배터리업계 가운데 원통형을 양산하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파나소닉·삼성SDI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가운데 삼성SDI만이 BMW와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그간 BMW는 각형만을 탑재해왔다. 각형·원통형 등을 양산하는 삼성SDI와 각형에 주력하는 CATL·EVE에너지 등 중국계 기업들이 BMW 핵심 공급사다.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 /사진=삼성SDI

CATL이 원통형 기술개발에 나섰으며 EVE에너지가 지난해 원통형 생산공장을 착공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으나, 업계는 이들이 BMW가 요구하는 고효율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능력을 아직 보유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SDI가 각형에 이어 원통형도 BMW에 납품하게 될 것이라 입을 모았다.

삼성SDI는 BMW와 고효율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될 노이에 클라세 플랫폼 개발에도 협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BMW는 고효율의 배터리 통해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양을 줄이고, 이를 통해 전기차 전체 중량을 줄여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동시에 전기차 원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탑재량을 최소화해 원가경쟁력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BMW가 원통형 배터리 탑재를 고민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다양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기술력뿐 아니라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한 삼성SDI와의 파트너십이 약화될만한 결론이 도출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완성차·배터리 기업 간 파트너십 구축이 완성형 단계에 이른 상황에서 배터리업계도 신규 납품처를 찾기보다, 기존 거래처의 물량확대에 대비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면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3~5개 이상을 핵심 거래처로 둔 배터리 기업들은 이들의 전기차 생산량 확대에 초점을 맞춘 양산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는 단계고, 완성차 업체들 역시 안정적인 수급전략을 가장 우선시하는 분위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