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원숭이들'도 못버틴다...코인패닉에 NFT 추풍낙엽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사진='아즈키'(AZUKI) 홈페이지 갤러리

가상화폐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대체불가토큰(NFT) 시장도 타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크립토펑크'(Cryptopunks)·'아즈키'(AZUKI) 등 NFT를 견인해온 인기 컬랙션 바닥가(최저가)도 내림세다. 최근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투자자들의 '리스크 오프'(Risk-off) 심리가 커지면서 NFT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지루한 원숭이들도…'코인패닉'에 NFT도 충격

/사진='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 홈페이지 캡처

31일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NFTGO에 따르면 NFT 시가총액은 약 267억2200만달러(약 33조12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일 기준 시가총액이 약 354억5923만달러(약 43조8453억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10조원 이상이 빠진 셈이다. NFT 인기를 이끌고 있는 주요 글로벌 프로젝트 가격들도 하락세를 걷고 있다. 이날 BAYC의 바닥가는 86ETH(이더리움·약 2억1379만원)으로, 한 달 새 36.3%가량 떨어졌다. 바닥가란 NFT의 판매가 중 최저가로 거래 가능한 최소가격을 말한다. 크립토펑크 바닥가도 같은 기간 21.82% 떨어진 47.65ETH(약 1억1750만원)을 기록했다.

코인마켓캡 통계상 시가총액 5위 NFT 아즈키의 바닥가는 한 달 전보다 무려 55% 하락한 11.87ETH(2925만9550원)이었다. 이들의 평균가 역시 각각 14.29%, 22.44%, 52.34%씩 떨어졌다. 이밖에도 '클론엑스'(CloneX)와 '두들스'(Doodles) 등 다수 NFT 컬렉션의 바닥가 역시 하락했다.

검색 키워드별 트렌드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GT) 데이터에서도 NFT를 향한 관심이 시들고 있는게 드러났다. GT의 '시간 흐름에 따른 관심도 변화'를 보면 지난 1월16~22일 100을 기록했던 NFT 검색 빈도는 5월22~28일 기준 25까지 떨어졌다. 해당 데이터는 검색 빈도가 가장 높은 검색어는 100, 그 절반 정도인 검색어는 50, 해당 검색어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0으로 집계된다.

가상화폐 '극단적 공포' 지속…"새로운 '넥스트 NFT' 해법 될 수도"

전문가들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겪은 가상화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덩달아 NFT 생태계도 타격을 입는 것으로 본다. 실제 가상화폐를 향한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업체 '알터너티브'(Alternative)에 따르면 이날 '가상자산 공포·탐욕 지수'는 16을 기록하며 전날(10)에 이어 '극단적 공포' 단계를 유지했다. 이 지수는 0으로 갈수록 시장 공포감이 커지고 100에 가까울수록 낙관적임을 뜻한다. 해당 지수는 지난 7일 23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20 밑을 맴돌고 있다.

리서치기업 '인투더블록'(IntoTheBlock)의 루카스 오우투무로 애널리스트는 "BAYC 가치가 5월 들어 심하게 떨어졌고, 이는 NFT 거래에 주로 쓰이는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가격 하락과 맞물려있다"며 "리스크 오프 심리가 (가상자산) 시장에 만연해지면서 리스크 스펙트럼에서 가장 멀리 있는 자산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비인크립토는 "2022년 가상화폐 시장의 충격은 투자자들의 NFT 수집품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매력도를 끌어올릴 만한 NFT 상품이 나올 경우 시장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디지털 자산시장이 전반적으로 경색된 건 사실이지만 지금 같은 침체기가 오래 유지될 것 같진 않다"며"NFT 시장이 침체된 건 매력적인 상품이 없다는 점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에반젤리스트는 "NFT는 일종의 새로운 금융 장르인 셈인데 현재는 분위기를 이끌 '넥스트(Next) NFT'가 없는 구조"라며 "NFT 자체는 개인의 자산 정도를 과시할 수 있는 '디지털 명품'인데, 지금은 NFT 상품들간 변별력이 많이 사라졌다. 차별성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명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나 P2E(Play to Earn) 등 NFT 기반으로 한 영역은 충분히 발전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NFT가 비슷한 형태"라며 "대다수를 차지하는 PFP(Picture For Profile) 형태에서 벗어나 좀 더 새로운 형태를 고민한다면 NFT 생태계는 다시 활력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