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 첫 5%대 물가 상승…국고채 3년물 연 3.121% 마감

머니투데이

이지윤 기자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3.1%대에서 마감했다.

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4bp(1bp=0.01%포인트) 내린 연 3.121%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장에서 연 3.155%까지 치솟았다가 오후장 들어 하락 전환에 성공했지만 전날과 마찬가지로 연 3.1%대를 유지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3~6일에도 연 3.1%대를 나타낸 바 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75b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공포감이 채권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연 3.365%로 0.1bp 내렸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3.405%로 1.6bp 내렸다.

미국 고용 지표 부진으로 연준이 긴축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표출되기도 했지만 이날 국고채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예상을 넘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5.4%로 금융 위기가 벌어지던 2008년 8월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6월과 7월에도 5%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은 채권시장에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월과 7월에도 5%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며 "긴축 움직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7월과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속 기준 금리 인상을 전망한다"고 전했다.

유가 급등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한국석유공사 석유 정보 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간밤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1.32달러(0.00%) 오른 117.61달러, WTI는 1.61달러(0.00%) 오른 116.87달러에 마쳤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에 합의함에 따라 산유국 모임인 'OPEC+'(오펙플러스)가 7월과 8월에 기존 석유 증산 규모에서 50%를 추가 증산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대러 제재에 따른 공급 감소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로 기준 금리 인상의 속도가 조절될 것이라는 시각 역시 최근 채권시장에서 후퇴하는 모양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가 둔화돼 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통화 정책을 긴축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시각은 다시 말해 경기 침체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이게 경제와 기업에 그렇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사안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는 기업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어 금리는 성장률과 물가의 합이라는 단순한 등식에 대입해보면 성장률이 꺾여도 물가가 높다면 금리가 유지된다며 "공사채와 은행채 같은 초우량물을 통한 보수적 대응이 계속 필요하다"고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