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재택+근태체크=대량해고 서곡?...흉흉한 판교 루머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해만해도 웃돈을 주고 개발자를 모셔오던 IT(정보기술) 업계의 채용시장 분위기가 급반전하고 있다. 지나친 인건비 지출로 인해 여러 IT기업들의 수익성이 발목잡히자 인력구조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특히 과도한 개발자 확보경쟁, 인력난 타개를 위해 옥석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 채용한 결과 저성과자, 근태불량자 등이 일부 조직에서 피해를 주는 모습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이에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재택근무로 나태해진 인력의 근태 관리에 고심하는 가운데, 일부 기업에서는 합법적인 정리해고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다는 소문도 횡행하다.

네카오에 3N까지 인건비 골머리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네이버(NAVER (188,500원 ▲4,100 +2.22%))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88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 지난해 4분기보다 10.8% 줄었다.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데 따른 주식보상비용이 70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152.4% 폭증한 영향이 컸다. 올해부터 3년간 전직원에게 1000만원어치의 네이버 주식을 뿌린 '스톡그랜트제도'가 도입돼 앞으로도 인건비 부담은 이어질 전망이다.

인건비 폭등에 따른 부담은 네이버만의 문제가 아니다. 카카오 (46,800원 ▲150 +0.32%)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58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 늘었으나, 영업이익률은 12.5→9.6%로 줄었다. 지난해 1분기보다 영업비용이 36% 늘어났는데, 이 중 인건비만 4120억원이었다.

엔씨소프트 (215,500원 ▼4,500 -2.05%), 넷마블 (63,700원 ▲800 +1.27%), 넥슨, 크래프톤 (258,500원 ▲1,500 +0.58%) 등 주요 게입업체들도 인건비가 대폭 늘고 있다. 크래프톤이 지난해 700명 넘게 신규 채용하는 등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세자릿수 채용과 기존 직원 처우 개선을 동시에 진행했다. 넥슨은 지난해 1분기 인건비가 전년 동기 대비 19%, 넷마블은 30% 늘어났다.

마구잡이로 뽑다보니 옥석가리기 실패

카카오 제주도 본사 스페이스닷원. /사진=윤지혜 기자

인건비 부담은 폭증했는데 성과는 그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한 IT기업 인사 담당자는 "구인난 때문에 채용 과정에서 '현미경 검증'은 커녕 오히려 한쪽 눈을 감고 인력을 뽑았다"며 "통상 4~5차례씩 면접과정을 거치는 경우도 허다한데,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보니 업계 평판조회가 덜 된 채 뽑은 분들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저성과자나 근태불량자들이 주요 IT기업에 조용히 입성했다는 뜻이다. 코로나19(COVID-19)로 전면 재택근무가 시행되던 시기에 대거 채용하다보니 근태나 성과를 점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카카오가 최근 근태점검 시스템을 도입하려다 직원 반발에 부딪혀 남궁훈 대표가 진화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에 주요 게임사들은 전면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속속 출근을 지시하고 있다. 개발자 대거 채용에도 연이어 미뤄진 신작 출시일정 때문이다. 다른 IT기업들도 근태 점검 시스템을 마련중이다. 이를 통해 구인난 시기에 주요 기업에 '무혈입성'한 이른바 프리라이더들을 걸러낼 것이란 소문도 퍼지고 있다. 실제로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 IT기업들은 올들어 채용을 중단하거나 기존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들의 몸값을 높였던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치다보니 비효율적 인력구조를 조정할 필요성을 느끼는 기업들이 적지않을 것"이라며 "전면재택근무로 나태해진 근무태도를 고강도로 점검하다보면 자연스레 정리해고의 근거가 마련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