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뛰자 지지율 '휘청'…위기의 바이든, '왕따' 시키던 사우디 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7월 14~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전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12일 이스라엘 정부 관리와 미 백악관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과 사우디 방문 계획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바이든 대통령의 다음 달 이스라엘과 사우디 방문 자체는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전날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순방 일정은 이르면 13일 발표될 예정"이라며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과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간 만남을 주요 의제로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NSC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위해 전쟁을 종식하고 외교를 통해 미국 국민을 위한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날짜를 내달 14~15일로 특정하면서도 "(미국 대통령의 순방 날짜가) 여러 차례 조정됐고, 다시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사우디 순방이 이달 말로 예정됐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7월로 연기됐다고 전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 기간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와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 등을 만난 뒤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으로 이동해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면담할 계획이다. 15일 사우디 방문에서는 바레인, 이집트, 요르단, 쿠웨이트, 이라크,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 지도자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FPBBNews=뉴스1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 방문은 연일 치솟는 미국 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이 사우디에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해석돼 주목을 받는다.

친미 성향의 사우디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안보·경제 파트너였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이자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사우디 왕족을 지목하면서 양국 관계는 틀어졌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사우디를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관계는 한층 악화했다.

그러나 국제 원유시장 내 공급 부족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로 치솟는 등 미국 내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에도 영향을 줬다. 이 때문에 세계 원유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산유국인 사우디와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카슈끄지 암살사건' 관련 상황이 변한 것이 없는 상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와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은 물가안정과 지지율 확보 등을 위한 인권 문제를 외면한 이기적인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미 행정부 한 인사는 "기록적인 국내 휘발유 가격과 인플레이션 가속화 등 어려운 경제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순위가 됐다"며 "경제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어떤 희망도 없을 거란 두려움과 불안이 원칙을 저버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 방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현시점에서 방문을 확정하지 못한 것이 사우디로부터 (에너지 관련) 어떤 약속 등을 기다리는 것이냐'는 물음엔 "이것(사우디 방문)은 에너지와 관련이 없다. 사우디에서 사우디 및 이스라엘 안보 관련 큰 회의가 열리는데 이것이 내가 가는 이유"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