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의 영화관람·빵집 방문…'소통행보'가 부른 논란, 진실은?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송강호) 수상작 영화 '브로커'를 관람하기 전 팝콘을 먹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스1

역대 대통령과 차별화된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 행보'가 취임 한 달을 넘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로 상징되는 구중궁궐을 벗어나 '용산시대'를 개막한 윤 대통령은 시민 속으로 가까이 들어가는 행보를 이어간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잦은 이동으로 인한 시민 불편 초래 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일부 논란이 사실과 다르다며 답답함을 나타냈다.
尹대통령 부부 영화관람 때문에 北 방사포 대응 소홀?…"제때 보고받아"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감독상 수상기념 영화 관계자 초청 리셉션 및 만찬에서 배우 송강호와 사진을 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스1

윤 대통령의 소통 행보가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2일 영화 관람과 만찬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김건희 여사와 함께 배우 송강호에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브로커'를 관람하고 용산 대통령실로 칸 영화제 수상자들과 영화 관계자들을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윤 대통령 내외는 일반 예매를 통해 일반 상영관에서 시민들과 어울려 영화를 봤다. 이 행사는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주말마다 선보인 시민 소통 행보의 일환이기도 했지만 영화 관계자들에게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 기조를 설명하는 중요성을 띠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날 북한의 방사포 도발을 정부가 12시간이 지난 밤 늦게 공지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영화 관람 일정 때문에 북한의 도발 사실을 늦게 알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감독상 수상기념 영화 관계자 초청 리셉션 및 만찬에서 배우 정우성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스1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합참은 사거리가 짧고 고도가 낮은 재래식 방사포의 경우 항상 공개하지 않는다.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고 안보실에서 기민하게 대응했다. 대통령도 제 때 보고를 받았고 보고를 받으며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답답함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재래식 방사포 훈련은 통상적으로 하는 것이니 공개를 안 했다가 일부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니 대통령 일정과 맞물려 오해를 살까봐 뒤늦게 공지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어제는 만찬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문화예술 정책을 밝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과거 보수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분들도 격의 없이 의견을 냈다. 대통령의 업무가 경제상황 점검, 안보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대통령 부부 빵집 방문에 시민 불편?…"교통통제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남산 한옥마을에서 산책하고 있다. (독자 제공) /사진=뉴스1

윤 대통령이 11일 서울 성북동의 유명 빵집에 방문하는 바람에 주변 일대 교통통제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설(說)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일파만파 커졌다. 윤 대통령 내외를 목격했다는 네티즌들이 빵집 주변 도로 교통통제가 되는 듯한 모습, 주위 경호 차량과 경호 인력, 구경하는 이들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올리며 논란은 증폭됐다.

대통령실은 이 또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11일 빵집 방문시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경호처 관계자는 "근처 식당에서 빵집으로 출발할 때 차선으로 들어가기 위해 일시적으로 순간 통제를 했고 빵집 주변에서는 통제를 일체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사진 중 일부는 빵집 방문과 무관한 종각 부근 도로로 판명됐으며, 나머지 빵집 인근 도로도 정상적인 신호대기 상황이란 설명이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차량은 잠시도 멈추면 안 되는 게 경호의 원칙"이라며 "성북동 한성대사거리가 기본적으로 상습 정체구역이라 오히려 경호처에선 정체를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경호처의 통제 때문에 정체가 빚어졌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대통령 통상 업무보다 '소통 행보'에 관심 집중…"진정성 전달될 것"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스1

지난 주말 잇따라 발생한 이같은 논란은 단순히 대통령의 영화 관람이나 빵집 방문의 문제라기보다 역대 대통령과 차별화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로 해석된다. 통상적인 대통령 집무를 보고 있는데도 국민들의 관심이 '소통 행보'에 쏠리다 보니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분석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 각종 공식회의마다 물가 상승 등 경제위기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대책을 주문하고 반도체 인재양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데 이런 점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다는 얘기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일종의 과도기이자 통과의례로 보인다"며 "대통령이 출퇴근 하고 시민들과 적극 어울리고 함께 영화를 보고 식당을 가는 건 이전에 보지 못한 모습으로, 국민들로선 항상 업무 외 행보만 하는 게 아니냐고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적응기로 이런 것들이 자연스러운 대통령의 일상이 되면 큰 논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소통 행보는 그것이 국민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 변화로 이어질 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차 교수는 "소통 행보의 결과가 마이웨이면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테면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문답)에서 검찰 출신 인사 편중 비판에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여론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경제상황을 점검해 대책을 내놓는 등 통상적인 대통령 업무의 중요성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며 "윤 대통령의 새로운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논란도 빚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그렇다고 소통 행보가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행보가 처음이다 보니 찬반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뚜벅뚜벅 행보를 해나가다 보면 국민들에게 진정성이 전달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