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미투' 서어서문학과 A교수 사건, 1심 무죄에 검찰 항소

/사진=뉴스1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해임된 뒤 재판에 넘겨진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교수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이 항소했다.

15일 법원 소송기록에 따르면 검찰은 A교수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판사 김승정)에 전날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달 7·8일 이틀에 걸쳐 국민참여재판을 열고 A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배심원 7명 또한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다.

앞서 검찰은 해외 학술행사에 참석하던 시기 3차례에 걸쳐 자신이 지도하던 대학원생 B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A교수를 2020년 4월 불구속 기소했다.

고소인 B씨는 △2015년 2월 페루에서 연구진 일행이 고속버스로 이동할 때 A교수가 앞 좌석에 앉아 잠들어 있는 자신을 보고 정수리를 만져 1차로 추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7년 6월 두 사람이 스페인 현지 학술행사에 동행할 때 A교수가 △카페에서 피해자의 치마를 들춰 붕대를 감은 허벅지 안쪽 화상 흉터를 만져 2차로 추행했고 △술자리를 가진 뒤 새벽에 단둘이 산책하며 강제로 팔짱을 끼게 해 3차로 추행했다며 처벌을 요구했다.

반면 A교수와 변호인단은 1차 사건에 대해 B씨의 머리를 만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일행들이 앓던 고산병 증상을 완화해주려고 두피 지압을 해준 것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2차 사건은 '다친 부위가 어디냐'는 질문에 B씨가 상처 부위를 보여주자 A교수가 반사적으로 붕대를 가리키며 짚은 것이고, 3차 사건의 팔짱 또한 B씨가 A씨의 제안에 스스로 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조력자들이 사건에 개입하며 재판의 중요 증거인 B씨의 피해자 진술을 오염시켰다고 변론하기도 했다.

B씨는 고소에 앞서 사건을 서울대 산하 인권센터에 신고한 바 있다. 제출된 증거물에 따르면 B씨의 신고서는 조력자들의 손을 거친 뒤 추행 피해를 입은 신체부위와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이 변경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력자 중 한 명이었던 C교수는 A교수의 이메일 계정에 침입한 혐의로 지난해 4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1차 사건에 대해 "피해자 B씨의 정수리를 만진 사실, 이에 대해 B씨가 불쾌함을 느꼈을 것이 인정된다"면서도 "강제추행죄의 추행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3차 사건에 대해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라고 할 것인데, 진술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번복되는 점, 피해자가 이 사건 직후에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 비춰볼 때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판결 다음날 B씨는 "거짓말쟁이로 몰려 억울하다.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학교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며 반발했다.

B씨의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 또한 "2심에서 법관들의 엄밀한 판단으로 1심과 다른 판결이 이뤄지길 희망한다"며 검찰에 항소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2심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이 열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