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아파트 주담대 금지' 위헌?…"재산권 침해" vs "필요한 조치"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리는 '기획재정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의 위헌확인사건에 대한 공개변론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문재인 정부의 12·16 부동산대책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 공개 변론을 진행한다. 2022.6.16/뉴스1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놓고 청구인과 금융위원회가 헌법재판소에서 공방을 벌였다.

헌재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전면금지가 위헌인지 확인하는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월16일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대상으로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해 투기수요를 차단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강화 등 6개 방안을 발표했다.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조치가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재산권,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쟁점은 △이 조치가 공권력의 대상으로 국민의 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침해했는지(공권력 행사성) △이 조치로 청구인의 기본권이 제한됐는지(자기관련성) △이 조치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조치인지(법률유보원칙) △이 조치가 기본권 제한에 관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는지(과잉금지원칙)다.
정 변호사 "재산권 침해" vs 금융위 "필요한 조치"이날 공개변론에서 청구인인 정 변호사는 "저는 지금 금융위의 조치로 재산권을 처분할 자유 즉, 은행에 제 집을 담보로 설정해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다"며 "이 사건 조치를 허락한 법률은 어디에도 없다"고 입을 열었다.


정 변호사는 금융위의 조치가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금융위 측은 은행법 제34조, 은행법 시행령 제20조 등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당시 해당 조치의 법적 근거가 된 은행업감독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경영 건전성 등과 관련해 지도·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규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정부 조치의 근거가 된 은행법 시행령은 상위법인 은행법에 어떠한 내용도 추가하지 않고 그대로 하위법령인 금융위에 재위임하고 있다"며 포괄위임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위헌 결정하지 않는다면 금융위는 은행 경영 건전성이란 명목하에 국민들의 경제활동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금융위 측은 "이 사건 조치는 행정계획 내지 행정지도로 공권력 행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발표 다음 날부터 시행된 금융 행정지도 또한 금융위는 각 금융기관에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자발적 순응을 유도하고자 하는 가이드라인일 뿐이고 이에 따르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불이익 조치는 없었다"고 맞섰다. 또 이 사건 조치는 법적 근거가 있으며 법률유보원칙 역시 지킨 것이라고 했다.

특히 과잉금지원칙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금융위 측은 "당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며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돼 과열 양상을 보였고, 소위 '영끌' 현상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며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아파트의 구입을 위한 대출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가계경제와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에 미칠 악영향도 컸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정 변호사의 자기관련성도 지적하고 나섰다. 금융위 측은 "청구인은 자신의 기본권이 제한되었다고 하지만 청구인은 이미 이 사건 조치 이전 2017년 8·2 대책 중 투기지역 내 이미 주택담보대출 1건이 있을 경우 추가 대출을 금지한 것에 의한 것이다"라며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최근 신고가를 다시 썼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공급면적 34평형)가 39억8000만원에 팔렸다. 사진은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모습. 2021.6.30/뉴스1

양측의 참고인도 발언을 이어갔다.

정 변호사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성중탁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지도를 수단으로 민간 주택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헌법상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이 사건 조치는 헌법 제23조가 보장한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정당한 입법절차를 통해 법률에 직접 규정해야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불분명한 행정지도를 통한 것이기 때문에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성 교수는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 기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성 교수는 "국가가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하며 감정 평가기관의 공신력 있는 기준이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한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기존의 LTV와 DTI를 강화하거나 대출총액에 차등을 두어 단계적으로 대출을 통제하는 등 기본권을 덜 제한할 다른 방법이 존재했지만 전면금지한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측 참고인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9년 당시 주요 지역 15억원 초과 주택을 중심으로 빠른 가격 상승세가 포착됐고,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초고가 주택 중심의 가격 상승세가 광범위하게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며 "12·16 대책 발표 직후 주택 가격 급등세는 상당 부분 진정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택시장의 지역별·가격별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다수의 경제학자와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선별적 규제가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추세였다"며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정 변호사 측에 자기관련성 등에 대해, 금융위 측에는 이 사건 조치와 은행 경영 건전성과의 연관성 등에 대해 질문했다.

헌재는 이날 들은 양측의 변론과 참고인의 의견,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선고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