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유전 약속 지킨다'···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광폭행보'

'그린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하고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는 SK지오센트릭 나경수 사장이 글로벌 현장 경영을 거침없이 이어가고 있다. 친환경 기술 상용화를 앞두고 '세계 최대 도시유전 꿈'을 실현시킬 퍼즐들을 맞춰가는 중이다.

미국 출장길서 열분해·재활용 수거선별 시설 등 방문···도시유전 꿈 구체화14일 재계에 따르면 나 사장은 이달 중순께부터 약 1주일 일정으로 북미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달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현장을 둘러보고 온 지 약 한 달 만에 또다시 글로벌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이다. 이번 북미 출장에서 나 사장은 SK지오센트릭의 친환경 사업과 관련있는 글로벌 기업들 현황을 직접 살펴보는 것은 물론 사업 기회도 적극 모색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미국 현지 열분해 업체 방문이 예상된다. SK지오센트릭은 현재 고품질 재활용 플라스틱을 얻기 위한 화학적 재활용 기술에 핵심으로 여겨지는 해중합, 열분해, 솔벤트 추출 등 3대 기술력을 모두 갖춘 상태이며 각 기술을 정교하게 발전시켜 상용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열분해 기술은 폐비닐 등 폐플라스틱을 열로 분해해 열분해유를 추출, 후처리 과정을 통해 정제,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뜻한다. 예전에는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됐을 폐비닐이 원유처럼 재활용될 수 있단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같은 사업모델에서 착안해 SK지오센트릭은 '세계 최대 친환경 도시 유전'을 사업 슬로건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나 사장은 미국 열분해 업체 외에도 뉴욕시에 위치한 고형폐기물 재활용 수거 및 선별 시설 '심스 재활용센터(Sims Municipal Recycling Facility)'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심스 재활용센터는 2013년 문을 열었으며 뉴욕 내 5개 자치구에서 모아진 금속, 유리, 플라스틱의 100%를, 종이의 50%를 재활용 처리하며 그 규모만 연간 60만톤 이상이다.

이 센터는 브루클린 서부에 위치해 개소 당시 폐기물을 수거하고 운송하는데 드는 시간을 단축, 비용은 낮추고 효율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또 이 시설은 SK지오센트릭이 참여중인 펀드에서 투자한 곳이기도 해 SK지오센트릭과 인연이 있다.


다수 재활용 업계 전문가들은 재활용률을 높이는 관건은 결국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수거하고 선별해 내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 사장도 지난해 8월 열렸던 기자간담회를 통해 리사이클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여겨지는 보다 효율적인 '쓰레기 모으기'를 위해 어떻게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T) 기술을 접목시킬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따라서 이번 방미길에서 나 사장은 오랜 기간 도심 한복판에서 성공적으로 재활용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대표 업체의 기술력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한편 향후 협력할 부분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북미 글로벌 강행군으로 SK의 친환경 '동맹' 강화SK지오센트릭이 지난해 10년 만에 사명을 변경하고 '탄소에서 그린으로'의 대대적 변신을 선언한 후 나 사장은 본격 현장 경영에 나서는 한편 다수 글로벌 기업들과 직접 만나 친환경 동맹을 강화중이다.

나 사장은 지난해 11월 주요 경영진들과 북미 출장길에 올라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갖춘 루프인더스트리 등을 방문, 공장 및 설비들을 직접 확인하고 구체적 협력방안을 논의했었다.

올해 3월에는 폐플라스틱에서 오염물질과 냄새, 색을 제거한 초고순도 재생 폴리프로필렌을 뽑아내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에 5500만달러(약 680억원)를 투자했다. 양사는 올해 한국 합작법인 설립 후 2024년 말까지 생산설비도 구축할 예정이다.

또 지난 6월에는 프랑스를 방문해 프랑스 환경전문기업 수에즈,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루프 인더스트리와 손잡고 프랑스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3사 경영진은 유럽 내 연간 7만톤의 재생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화학적 재활용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각 사의 보유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

한편 SK지오센트릭은 2025년까지 울산 설비 개선에 1조1000억원, 친환경 솔루션 프로젝트에 2조1000억원, 재활용 솔루션 프로젝트에 1조6000억원 등 총 5조원을 투자해 완벽한 그린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성장률은 12% 수준이며 2050년 600조원 규모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