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는데 55% 불기둥"..주도주 왕좌 노리는 태·조·이·방·원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나들며 주식시장 투심을 억눌렀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5만전자로 밀렸지만 신(新)주도주 '태조이방원(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전)'은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하며 비상했다.

태조이방원 업종은 하반기 증시 주인공 자리를 굳히고 있다. 태조이방원이 주도주가 맞는지, 강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24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2.11포인트(0.50%) 오른 2447.45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방산주 현대로템 (38,450원 ▼100 -0.26%)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17,500원 ▲500 +0.23%) LIG넥스원 (163,800원 ▲400 +0.24%)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조선업종 현대미포조선 (76,700원 ▼1,400 -1.79%)도 신고가를 뚫었다. 이차전지 에코프로비엠 (211,500원 ▲1,000 +0.48%)과 포스코케미칼 (280,500원 ▲6,000 +2.19%)도 각각 3.41%, 4.4% 강세였다. 태양광주 한화솔루션 (30,650원 ▲1,400 +4.79%)도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태조이방원'은 증시에서 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자력을 함께 묶어 만들어낸 증시 신조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월초부터 두달만에 55% 급등하며 투자자를 열광시켰다.

하나로 묶인 5개 업종 중 이차전지는 세계적인 전기차 보급이라는 장기 성장 테마에 올라탄 주도주다. 반면 태양광, 조선, 방산, 원전은 주식시장에서 10년 이상 소외됐던 업종이다. 다만 5개 업종은 모두 설비투자를 바탕으로 한 수주 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규모 수주를 바탕으로 한 수출 업종이기에 고환율에도 환율 상승 수혜주로 묶일 수 있다.


태조이방원을 둘러싼 증시 전략가의 견해는 엇갈리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태양광, 조선, 방산, 원전 4개 업종은 모두 증시에서 소외됐던 업종"이라며 "러시아 전쟁 이후 글로벌 에너지 산업이 주목받으며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장기간 대세 상승하는 뚜렷한 모멘텀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들어 시장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탈출구를 찾고 싶은 심리가 악재가 덜 한 업종에 몰린 것"이라며 "시장에서 뚜렷한 주도주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신흥국 경제성장이나, 새로운 투자 사이클, 신성장 산업의 출현이 있어야 하는데 태양광, 조선, 방산, 원전이 그 정도의 장기 성장 동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고 평했다.

윤 센터장은 "지금 시장의 투자자들은 미래의 이익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는 주도주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최근 화제가 된 태조이방원은 박스권 순환매 장세의 단기 주도주 정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미지=임종철 디자인 기자

반면 시장의 편견을 뒤엎고 태조이방원이 장기 집권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에서 주도주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태양광, 원전, 이차전지와 조선 업종은 인플레이션 시대의 에너지 공급망을 담당하는 업종이며 방산도 공급망 안정화와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상으로만 공급발 인플레이션은 잡는 것은 어렵고 결국 각국 정부는 공급을 확대하는 '투자'의 관점에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해 1)에너지 안보, 2)국방 안보, 3)기술 안보 차원의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될 것인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주도주가 출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조이방원은 모두 에너지, 국방, 기술 안보 투자 사이클에서 부상한 업종이다. 박 팀장은 "인플레이션이 잡힐 때까지 이들 업종이 주도주 입지를 누릴 가능성이 있다"며 "태조이방원은 인플레 구간에서 강할 수밖에 없고 우리의 예상보다 더 길게 상승하는 장기 주도주가 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했다.

장기간 시장에서 소외됐지만 최근 떠오르는 조선을 봐도 한국 조선이 세계 1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팀장은 "주도주는 1등 섹터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조선업종이 세계 1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 글로벌 시장의 화두는 에너지 패권"이라며 "태조이방원 업종이 에너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각국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지원에 수혜를 받는 업종"이라고 평했다.

다만 이들 업종이 진짜 주도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주가에 반영된 기대감이 실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대규모 수주 잔고를 보유한 조선이나 방산 등은 결국 실적의 지속성과 가시성에 따라 향후 옥석이 가려지겠다"고 했다. 수주산업은 대규모 수주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빠르게 반영된다. 하지만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반작용이 커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