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담 "닷컴 버블과 섬뜩할 정도로 비슷…최악 오지 않았다"

뉴욕 월가 표지판 /로이터=뉴스1

미국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제레미 그랜담이 올해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그가 오랫동안 경고해왔던 여러 자산들의 슈퍼 버블 붕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조만간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올해 83세인 그랜담은 1977년에 그랜담 메이요 반 오텔루(GMO)라는 투자회사를 공동 설립한 전설적인 투자가이자 2000년 닷컴 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시장 역사학자이다.


그는 8월31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슈퍼 버블은 연극에 비유하자면 4막에 걸쳐 형성되고 붕괴된다고 설명했다.

1막은 버블 형성기이고 2막은 투자자들이 "완벽한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올 상반기처럼 증시가 하락하는 밸류에이션 후퇴기이다.

이어 최근 목격한 서머(여름) 랠리와 같은 베어마켓 반등의 3막이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경제가 악화하면서 증시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4막으로 막을 내린다.


그랜담은 이미 지난 1월에 코로나 팬데믹 2년간 이뤄진 대규모 부양책으로 주식과 채권, 부동산, 원자재 등 대부분의 자산에서 슈퍼 버블이 형성됐고 이 버블이 곧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보고서에선 "현재의 슈퍼 버블 사이클이 갖는 특징은 여러 자신의 과잉 평가와 원자재 쇼크, 매파적 연준(연방준비제도)이 유례없이 위험하게 결합됐다는 것"이라며 "채권과 주택, 주식 모두 치명적으로 고평가됐는데 이제 빠르게 모멘텀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각 사이클은 서로 다르고 독특하지만 모든 역사적 사이클들의 유사점들을 볼 때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그 유사점들 중의 하나는 슈퍼 버블이 터지면 반드시 경제가 악화되는데 첫 증시 하락 이후 경제 악화가 뚜렷해지기 전에 베어마켓 랠리가 발생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제지표는 불가피하게 경제의 주요 전환점에 비해 후행한다"며 증시의 초기 하락 후 펀더멘탈 악화가 지표로 증명되기까지 공백기에 베어마켓 랠리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랜담은 특히 "슈퍼 버블에서 베어마켓 랠리는 다른 어떤 랠리보다 쉽고 빠르게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어 S&P500지수는 지난 6월16일부터 8월16일 장중 고점까지 올들어 낙폭의 58%를 회복했는데 이 같은 규모의 반등은 1929년, 1973년, 2000년의 역사적 슈퍼 버블 때와 "섬뜩할 정도로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1929년 대공황 때는 증시가 급락하다 11월부터 1930년 4월까지 46% 급반등해 최고점부터 이전 저점까지의 낙폭 53%를 회복했다.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던 1973년에는 서머 랠리로 S&P500지수가 초기 낙폭의 59%를 회복했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때는 나스닥지수가 2개월만에 초기 낙폭의 60%까지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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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3번의 사례 모두 초기 주가 하락률의 절반 이상을 회복하는 랠리가 나타나면서 부주의한 투자자들이 매수에 뛰어 들었는데 바로 그 때 증시는 더욱 심하게 하락세로 돌아섰고 경제는 크게 악화됐다"며 "이번 서머 랠리도 지금까지 이 패턴과 딱 들어맞는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증시는 여전히 매우 비싸며 지금까지는 인플레이션이 주가 배수, 즉 PER(주가수익비율)을 훼손하는 속도가 이전보다 느렸지만 올해와 같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언제나 PER이 하향 조정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제 펀더멘털(경제와 기업 실적)도 큰 폭으로, 놀랍도록 악화되기 시작했고 중국의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식료품과 에너지 위기, 기록적인 재정 긴축 등으로 전망은 지난 1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암울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5월 S&P500지수가 고점 대비 20%가량 하락했을 때 최소한 두 배는 더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S&P500지수는 지난 1월3일 사상최고가 대비 17.9% 하락한 상태다.

그랜담은 슈퍼 버블이 "피날레"(연극의 마지막 막)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역사가 반복된다면 현재 전개되는 연극은 다시 한 번 비극이 될 것이고 다만 약한 비극으로 끝나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