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지난 제도 신선하게 바꾼다"…한뼘 더 커질 낙농업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 3일 정부 세종청사 집무실에서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오른쪽), 맹광렬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장(왼쪽)을 만나 낙농산업 발전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낙농육우협회 등 생산자단체가 대승적 차원에서 낙농제도 개편에 합의한 것은 낙농산업 발전을 위해 매우 의미있는 일 입니다. 앞으로 낙농제도 개편이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것임을 함께 인식해 주시고 노력해 주십시오. 정부도 낙농가 경쟁력 향상 등 지속가능한 낙농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지원 방안을 추진하겠습니다"

지난 3일 정황근 농식품부장관이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 맹광렬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장의 손을 맞잡고 새로운 낙농제도 개편 방향에 합의하자 이를 지켜보던 관계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원유가격 결정방식 개선, 낙농진흥회 의사결정구조 개편 등을 둘러싸고 작년 8월부터 계속된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는 순간이었다.

농식품부의 낙농제도 개편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시장 상황과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에서 출발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귀리·아몬드·코코넛 등을 사용한 우유 대체음료와 요구르트 등 식물성 유제품이 기존 시장을 위협하고 있고, 우유 자체 보다 치즈와 버터 등 유가공품을 더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또 저출산 등의 이유로 우유 소비층인 영유아와 유소년 인구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쿼터제와 원유 가격 연동제라는 낡은 제도의 틀, 유제품 시장의 과점적 구조 등을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 낙농업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낙농산업이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고 낙농제도 개편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15일 말했다.

젖소농장 /사진=정혁수

젖소

농식품부의 낙농제도 개편안은 △용도별 차등가격제(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원료유로 구분해 다른 가격을 적용) 도입 △낙농진흥회 의사결정 구조 개선에 무게가 실려 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그동안 유지돼 온 생산비연동제를 대체하게 된다. 생산비연동제는 과거 우유가 부족하던 시절 우유생산을 늘리고 낙농가와 유업체가 매년 실시하는 원유 가격협상을 원활히 하자는 취지에서 2013년 도입됐다. 하지만 음용유 소비가 계속 줄고있는 상황에서 공급측면의 가격인상 요인만을 반영하는 생산비 연동제는 소비자들의 반발과 함께 우유소비 외면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2001년 77.3%를 기록했던 우유자급률은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며 2020년 48.1%로 크게 줄어 들었다. 원유 생산량도 같은 기간 230만톤에서 209만톤으로 감소했다. 이에 반해 원유가격은 상승세가 꺾이질 않고 있다. 우유를 사먹는 사람은 줄어드는 데 우유를 만드는 원재료인 원유(原乳)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26년부터는 관세제도가 바뀌면서 우유와 모든 유제품의 관세는 '제로(zero)'가 된다. 관세가 사라지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외국산 유제품 수입 가능성이 커 국내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다.

농식품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통해 음용유는 현재 가격수준을 유지하고, 가공원료유는 낮은 가격을 책정하되 유업체의 가공원료유 구매 확대를 통해 농가소득을 보전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도입 초기에는 생산량을 기준으로 195만톤에 대해서는 음용유 가격(1100원/리터)을, 추가 생산되는 10만톤은 가공유 가격(800원/리터)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더라도 농가의 쿼터에 대한 권리와 쿼터량은 현재와 같이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쿼터는 농가의 사유재산으로 인식되고 있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추석이 지나면 우유제품 가격은 더 오를 전망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추석 전후로 올해 원유가격 인상분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처를 기준으로 볼 때 흰우유 제품 1ℓ 평균 가격이 3000원에서 3500원으로 16.66% 오를 수 있다. 사진은 이날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제품의 모습. 2022.9.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낙농진흥회의 의사결정 구조도 합리적으로 개편된다. 15인으로 구성된 현재 이사 수를 23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고, 원유가격은 △낙진회(간사) △생산자(3인) △유업체(3인)으로 구성된 '원유가격결정 소위원회'에서 정하도록 해 생산자의 가격결정 참여 권한을 보장했다.

종전까지 재적이사 2/3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는 정관도 재적이사 과반수가 출석하면 개의·의결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정부는 16일 열리는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 후 낙농진흥회 내 협의체를 구성해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원유가격 협상도 소위원회를 통해 진행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낙농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온 만큼 지속 가능한 낙농산업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낙농제도 개편을 잘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