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밟으면 이자만 10조 더…"지금도 한계인데" 떠는 기업들

/사진 = 윤선정 인턴 디자인기자

오는 12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 부담 한계치에 도달한 상황에서 추가 인상은 기업 부담을 더 키워 성장동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목소리다. 재계는 부실 가능성이 오르고 있는 기업 부채비율을 감안해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말까지 10월 12일·11월 24일 각각 2차례 남은 금통위에서 최소 1번 이상의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2.5%로, 한 차례만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8월말 기준 1146조1000억원)을 감안하면 최소 5조원(0.25%p 인상시)에서 최대 10조원(0.5%p 인상시)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머니투데이가 증권사 애널리스트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모두 한은이 오는 12일 기준금리를 0.5%p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린 건 지난 7월13일 금통위가 처음이다. 한은은 지난해 8월 이후 총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고 0.5% 수준이던 기준금리는 1년만인 지난 8월 2.5% 수준으로 올라섰다.

최근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커진 상황에서 최근 국내 물가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한은이 두 달 연속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최근 미국이 연속해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상황에서 한은이 미국과의 금리차를 1.0~1.25%p 수준까지 감내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에 따른 관측이다. 만약 한은이 빅스텝을 2번 연속으로 밟을 경우 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기업의 경우 최대 20조원까지 이자부담이 늘 수도 있다.

기업들은 이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한계에 임박했다고 호소한다. 전경련이 매출 1000대기업 중 제조업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준금리 임계치는 평균 2.6%로 나타났다. 현재 기준금리에서 한 차례만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상당수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기 힘들어진다는 의미다. 응답 기업의 39%는 은행 대출 금리 인상으로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금리 인상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 발행 규모는 5조 3440억원으로, 올해 1월(8조 7710억원)과 비교해 39.1% 줄었다. 자금조달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금리가 추가 인상된다면 회사채 발행 시장은 더 쪼그라들 전망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은 금리인상기 비싼 이자비용을 감내하더라도 은행권의 문을 두드려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문제는 은행권마저 기업대출을 조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계기업 몰리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예전처럼 무작정 돈을 빌려주기가 어려워진다.

글로벌 수요 저하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업들의 실적악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 (78,600원 ▲2,100 +2.75%)와 LG전자 (98,700원 ▼1,900 -1.89%) 등 주요 대기업도 최근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에서 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15조 8175억원) 대비 31.73% 감소한 10조 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LG전자도 전 분기보다 5.8% 줄어든 746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기업의 성장여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지나친 금리 인상 반복으로 부실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막기 어려운 한계기업은 최근 5년 새 15%나 늘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통해 경기 둔화와 환율·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이자 부담이 겹치면서 올해 한계기업 비중이 늘고 부실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선제적인 통화정책이 불가피하지만 그 결과가 기업의 부담이 되고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지는 딜레마 상황"이라며 "건실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고비용 경제상황 극복을 위한 지원방안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