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데이터3법 왜 통과시켰나" 보험업계 당황한 이유

"보험사들이 낸 (공공의료데이터) 이용계획서를 보면 대놓고 보험상품 개발,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이라고 나와있다."

지난 13일 강원도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에서 열린 건보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대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 한 야당 국회의원들의 발언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황했다.


보험사들이 건보와 심평원이 가지고 있는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해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게 '문제'이고 '비정상'이라고 지적해서다. 보험사들이 건보와 심평원에 공공의료데이터를 요청할 수 있는 건 2020년 1월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해서다.

데이터시대를 맞아 데이터경제 활성화 이루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동안 민간에 공개되지 않던 공공데이터를 비식별조치하고 우리 기업들이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해 국내외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의미가 담긴 상징적인 법안이다.

보험사들이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목적에 '보험상품 개발,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이라고 쓰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공공데이터 활용 목적을 보험상품개발이라고 쓴 걸 지적받았다는 내용을 듣고 당황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데이터3법 필요성을 강조하고 의지를 가지고 통과시킨 건 문재인 정부다. 관련 법안에 대한 여러 이견이 있었지만 국회 문턱을 넘었던 것도 문재인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돼서다. 법안 통과 직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데이터활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데이터경제 구현에 정부가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상조 당시 정책실장도 "데이터경제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법에 정해진대로 보험사는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건보는 보험사의 자료 요청을 미루고 있다. 개인을 특정해 보험료를 할증하거나 보험 가입을 거절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는 의료계와 시민단체, 건보 노동조합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서다. 여기에 복지위 야당 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보험사의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는 데이터를 보험사에 직접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비식별화된 표본자료(가명정보)로 개인을 특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보험업계는 2년전 여야합의로 통과된 데이터3법의 입법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사실상 희망고문"이라며 "이럴거면 왜 법을 통과시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