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건 맞지만...카카오가 '공공 서비스' 인가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배한님 기자

카카오가 사실상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없다"는 지적과 관련, IT 업계는 당혹감을 토로하고 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민간 서비스를 이용자가 많다는 이유로 '공적 서비스' 취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공적 서비스가 민간 서비스에 지나치게 기댄 결과라고 꼬집었다.

18일 IT 업계는 카카오톡을 국가기간통신망으로 간주하는 비판과 관련, 반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국가기간통신망은 전국 또는 주요 지역에 걸쳐 운용되는 민·관·군 통신 전자·통신 시설을 뜻한다. 국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이자 공공재(전파)를 활용하고 필요시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


"공적자금도 한푼 안받은 카카오가 공공 서비스?"전문가들은 카카오톡 등 카카오 서비스는 엄연히 민간서비스일뿐 공적 서비스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카카오는 민간 사업자의 서비스로 공적 자금이 투입된 바가 없다"며 "지금 논리는 대다수 국민들이 쓰기 때문에 공적 서비스라고 하는데, 학술적으로 전혀 논리가 없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도 "전 국민이 다 쓰는 서비스다 보니 소통에 불편을 주게 되는 '국민 서비스'로서 책임감은 있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공기업처럼 지원할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지적이 이어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없다는 대통령 발언은) 전문가들이 보기에 정말 황당한 얘기"라며 "국민들의 분노가 많다고 개인 도로를 국가 도로로 지정하자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를 국가기간통신망으로 취급하며 우후죽순 규제에 나서는 것은 도리어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유병준 교수는 "서버 이중화에는 조단위의 돈이 드는데, 규제가 늘면 리소스가 분산되면서 (재발방지나 서비스 질 향상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며 "카카오 장애와 같은 문제는 가이드라인 정도로 정부와 사업자가 합의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신사처럼 규제가 많으면 중복 투자가 늘면서 소비자 비용만 커진다"며 "이때를 틈타 해결책이라는 이름으로 불필요한 규제를 들고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덧붙였다.
"국민 서비스≠공공 서비스"…대체재 있어 독점도 아니야IT업계도 공공 영역과 연계된 민간 서비스인 카카오를 '공적 서비스'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다수 국민이 애용하는 플랫폼으로 코로나19 백신 예약이나 방역용 QR코드, 마스크 지도, 각종 정부 알림톡 등 공공 서비스를 무상 또는 염가에 제공하면서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공공이 민간 서비스에 지나치게 기댄 결과 이같은 문제가 빚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민호 교수는 "안 쓰던 사람들이 새로 가입하는 것도 아니고 트래픽 양만 늘어나는 공공 서비스를 플랫폼은 거의 공짜로 제공해 준 것"이라며 "문제가 좀 생겼다고 규제를 하겠다는 것은 적반하장이 아닌가"라고 했다.

카카오가 독점적 지위를 가졌기 때문에 공적 서비스라는 주장도 무리가 있다. 경쟁 서비스나 대체재가 있기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관련 공공 서비스도 카카오 혼자 한 것이 아니라 네이버나 토스, 이통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PASS앱 등 많은 서비스가 있었다"며 "카카오 장애에 라인·네이버지도·티맵·우티 등 경쟁 서비스 사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