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호황 아냐?"…살려달라 외치는 여행업계, 왜?

(시흥=뉴스1) 송원영 기자 =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전국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관광산업 생태계복원 전국관광인 총궐기대회' 집회를 하고 있다. 이날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은 손실보상법상 관광업종 추가와 신속보상,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부 지원, 관광인력 재확보 및 인력대란 해소정책 등을 촉구했다. 2022.10.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광산업을 먹거리로 삼고 싶으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허울만 좋은 상황이라고 봐요. K콘텐츠 인기로 한국 여행심리는 어느 때보다 높다지만, 구조적 측면에서 관광 매력은 떨어지고 있어요. 이러다간 일본에 경쟁력이 밀릴 수 있죠."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대내외적 경제 리스크로 주요 산업 전반이 급속도로 활력을 잃고 있지만, 여행업계는 나홀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2년 넘게 억눌려 있던 해외여행 수요가 일본여행 자유화를 기점으로 봇물 터지듯 쏟아지기 시작하면서다. 한 대형 여행사가 내놓은 699만원 패키지 상품이 금세 완판되고, 휴·폐업으로 쪼그라들었던 여행업체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보인다.


이처럼 겉보기에 호황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업계에 활기가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행업 종사자들은 "지금이 가장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여행상품을 구성하고, 모객 하느라 바쁜 시기에도 전국에서 1500명이 여의도 국회 앞으로 몰려온 이유다. 여행업계는 왜 정부와 정치권에 살려달라고 외치는 걸까.
관광인 1500명 국회 앞에 모여 "생존권 보장하라"

2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찾은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대만 등 8개국에 대한 무사증(무비자) 입국이 11월 1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해외유입 차단과 상호주의에 따라 2020년 4월부터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무비자 입국 금지 조치를 한 91개국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금지해왔으나, 최근 일본·타이완·마카오가 외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과 개인 자유 여행을 허용한 데 따른 조치다. /사진=뉴시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국 관광인 총 궐기대회'가 열렸다. 전국 17개 광역시·도관광협회, 업종별 협·단체가 주도해 업계 종사자 1500명이 모였다. 이들은 "국제관광시장 선점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며 붕괴된 여행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행업계는 정부 정책이 관광시장 핵심 축인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와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국전 코로나 검사 의무 규정이 해외 주요 관광선진국보다 뒤늦은 지난달에서야 폐지되는 등 관련 규제가 많고, 움직임도 굼뜨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전자여행허가(K-ETA)가 여행시장 정상화에 발목을 잡고 있단 설명이다. K-ETA는 한국에 무사증으로 들어올 수 있는 112개 국가(지역) 국적자를 대상으로 모바일 등을 통해 여행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외국인 불법체류 방지 등을 위한 취지지만, 여행업계에선 무비자 이중 규제란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K-ETA는 사실상 비자나 다름없는 제도"라며 "코로나 이전처럼 인센티브(포상) 관광 등 수 십명에서 수 백명까지 단체로 한국을 찾겠단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K-ETA로 영문도 모른 채 불허되는 경우가 많아 한국에 오기 꺼려진단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여행 잠재수요를 선점해야 할 시기인데, 방한 인바운드는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대만, 동남아 등 인바운드 활성화를 위한 치열한 물밑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K팝 등의 성공으로 한껏 높아진 여행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단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 가족인데도 허가가 제각각이라 여행일정을 취소해야 할 때도 잦다"며 "무비자로 돌리고 방문을 장려하는 일본이랑 사정이 다르다보니 일본에 여행수요를 다 뺏길 판"이라고 말했다.
"여행업은 항상 무시당해" 울분도

[용인=뉴시스] 김종택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수학여행과 단체관광이 활기를 띠고 있다. 3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주차장에 많은 관광버스가 다시 찾는 등 움츠렸던 관광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22.05.03.

인바운드 시장 회복이 더뎌지면 항공부터 숙박은 물론, 관광버스와 레저, 요식업 등 관광생태계 전반의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는게 여행업계의 판단이다. 최근 일본이나 동남아를 찾는 내국인 해외여행객이 급증하는 등 아웃바운드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지만, 결국 인바운드가 침체되면 코로나 이전 수준의 항공노선 증편 등을 기대하기 어렵단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성에 차지 않는 정부의 지원도 아쉽단 지적이다. 팬데믹 사태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하며 매출 제로(0) 직격탄을 맞았지만, 식당이나 노래방 등과 달리 영업제한 업종이 아니란 이유로 손실보상법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경력 있는 직원들은 모두 이탈했다"며 "손실보상법에 포함시킨단 약속도 안 지키니 신규 인력을 데려오기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관광당국은 여행산업 회복 방안을 마련하겠단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비자 제도와 출입국 제도 개선 등 국내 관광시장이 충분히 회복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할 것"이라며 "유사 위기·재난 발생 시 신속하게 피해 회복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강화하고 금융지원을 통한 뒷받침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