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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그 후]되풀이되는 간병살인...실태 파악도 안된다

머니투데이
  •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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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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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 송파구 오금동 한 빌라에서 A씨(사망 당시 80)와 부인 B씨(사망 당시 78)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B씨를 살해한 뒤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사진은 A·B씨가 살던 집의 현관문./사진=김도균 기자
지난해 9월. 서울 송파구 오금동 한 빌라에서 A씨(사망 당시 80)와 부인 B씨(사망 당시 78)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B씨를 살해한 뒤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사진은 A·B씨가 살던 집의 현관문./사진=김도균 기자
#지난해 9월13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송파구 오금동 한 빌라에서 A씨(사망 당시 80세)와 부인 B씨(사망 당시 78세)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B씨를 살해한 뒤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는 B씨가 2018년 치매 진단을 받은 뒤 병간호를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는 "내가 데리고 간다"는 내용의 B씨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19일 오전 4시쯤 제주시 애월읍 애월해안로에서 40대 아들 C씨가 치매를 앓고 있던 80대 모친 D씨를 조수석에 태우고 절벽 아래로 차를 몰아 D씨가 숨졌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동안 생활고를 겪어 왔고 치매 어머니를 부양하는 데 대한 부담도 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서부경찰서는 C씨에게 존속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가족이 치매노인을 돌보다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돌봄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꾸준히 발생하는데 정작 정부는 얼마나 많은 인원이 도움이 필요한지 현황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시간 케어 필요한 치매 노인…누가 돌보나


22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의 전국 치매환자 유병현황자료에 따르면 2021년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총 857만7830명 중 추정 치매환자수는 88만6173명에 달했다. 65세 인구 중 치매 환자는 지난해 84만192명, 2019년 79만4280명이었다.

치매 노인은 다른 노인에 비해 돌봄에 있어 많은 부담이 수반된다. 치매는 증상이 심해질수록 판단력이 저하돼 돌발행동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갑자기 외출해 인근을 배회하는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돌봄 제공자는 24시간 치매 노인을 지켜봐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결국 일차적인 부담은 가족이 지게 된다. 간병인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가정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2017년 9월 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제대로 된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실태 파악이 우선인데 이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치매 노인에 대한 돌봄 현황 통계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하는 노인실태조사에는 신체 기능이 저하돼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 대한 통계만 있을 뿐이다. 2021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돌봄이 필요한 노인 중 74.5%가 동거가족원, 39.3%는 비동거 가족원으로부터 돌봄을 받고 있다. 공적 돌봄서비스인 장기요양보험서비스 급여를 이용하는 노인은 19.1%, 노인돌봄서비스는 10.7%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 관계자는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하는 대상자와 보호자만을 등록 관리하므로 전체 치매 환자에 대한 통계 현황은 없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간병 부담을 이유로 존속살인 등이 해마다 발생해도 실제 얼마나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지 정확히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A씨의 경우 인근 치매안심센터에서 교육과 상담을 받아왔으나 살해 사건 4개월 전인 지난해 5월부터 센터 방문이 뜸해졌고 같은 해 6월부터는 센터와 연락이 닿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안심센터는 가족에 대한 심리 치료프로그램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A씨처럼 자발적으로 불참할 경우 사실상 관리가 어렵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녀가 부모를 죽이면 존속살해로, 그 외 가족 간 살인은 일반 살인죄로 집계된다"며 "간병이 힘들어서라든지 범행 동기를 구분해 집계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19일 오전 4시쯤 제주시 애월읍 해안도로에서 40대 남성 A씨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해안가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독자 제공) 2022.3.23/사진=뉴스1
지난 3월 19일 오전 4시쯤 제주시 애월읍 해안도로에서 40대 남성 A씨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해안가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독자 제공) 2022.3.23/사진=뉴스1



돌봄 제공자 모니터링 필요…궁극적으로 공적 돌봄 확대해야


치매환자를 둔 가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2006년부터 후생노동성과 경찰청이 각각 '개호 살인'(간병 살인) 건수를 집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돌봄 제공자에게 정신건강 서비스도 제공한다. 돌봄 제공자가 피간병인 가족을 폭행할 경우 케어매니저가 둘을 분리시키는 조치도 취한다.

국내에도 치매 환자 가족에게 휴식을 주는 '치매가족휴가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2020년 한 해 동안 이 제도를 사용한 사람은 1138명이었다. 80만 명이 넘는 치매 인구에 비하면 극히 일부 사람만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적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8년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있지만 요양원에 들어갈 수 있는 경우는 제한적이고 재가 서비스는 일 최대 4시간 수준이라 24시간 관리가 필요한 치매 노인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노인 또는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가진 사람이 6개월 이상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 부닥치면 인정점수를 산출해 1~5급까지 요양 등급을 결정한다. 1~2등급은 요양원을 이용할 수 있지만 3~4등급은 집에 요양보호사가 찾아오는 재가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집에서 생활하는 노인에게 충분한 돌봄을 제공하기에는 부족하다. 1~2등급을 받은 노인에게 주어지는 재가 서비스 월 한도액은 각각 167만원, 149만원 수준이다. 하루 최대 4시간 정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3~4등급은 3시간 수준이다.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정책기획센터장은 "4시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장기요양보험이 제공할 수 있는 돌봄의 양을 확대해야 한다"며 "공공요양병원 중에서 지정되는 치매안심병원을 확대해 가족들의 치매노인 돌봄 부담을 완화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5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하남동에서 광산구 치매안심센터와 모아모아행복센터 개소식이 진행되고 있다.  두 시설은 노인·여성·영유아 복합 복지시설로, 연면적 1046㎡에 2층 규모로 건립됐다.(광주 광산구 제공) 2019.12.5/뉴스1
5일 오후 광주 광산구 하남동에서 광산구 치매안심센터와 모아모아행복센터 개소식이 진행되고 있다. 두 시설은 노인·여성·영유아 복합 복지시설로, 연면적 1046㎡에 2층 규모로 건립됐다.(광주 광산구 제공) 2019.1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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