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반도체 '예고편' 곧 공개…삼성전자·SK하이 또 출렁이나

삼성전자 (79,200원 ▼500 -0.63%)와 SK하이닉스 (179,900원 ▲4,500 +2.57%)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예고편'으로 불리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가 다가오면서 4분기와 내년도 반도체 업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3분기부터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반도체 '혹한기'가 현실로 다가왔는데, 4분기 상황은 더 안 좋을 것이란 예상이 많기 때문이다.

마이크론 실적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역시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론이 또 한번 감산 계획을 내놓는다면 장기적으론 반도체 업황 개선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다음주인 21일(현지시간) 2023년 1분기(2022년 9월~11월)실적을 발표한다. 한국으로 치면 올해 4분기 실적이다. 앞서 9월 실적 발표 당시 마이크론은 2023년 1분기 매출을 42억5000만달러(6조911억원) 수준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해 약 77억달러의 반토막에 가까운 규모로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업계는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IT(정보기술) 제품에 대한 수요 악화, 또 공급 초과로 D램 가격이 떨어지면서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직격타를 맞았다고 봤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D램 칩 판매 규모가 지난해보다 2.6% 감소한 905억달러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크론이 전망대로 또 한번 실적 쇼크를 기록한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타격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 톱3로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과 다른 회계연도로 마이크론이 조금 더 일찍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흐름을 따라가는 경향이 커 '미리보기'로 불린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도 그리 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해당 분기 영업이익은 8조22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67%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9조3800억원) 이후 7분기 만에 영업이익 10조원 선 아래로 떨어진다는 예측이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3864억원으로 적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 실적 발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에도 단기적으론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마이크론 실적 발표가 반도체 업황이 최악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5만전자'로 추락하며 올해 초와 비교해 20% 이상 주가가 떨어졌고, SK하이닉스는 이달 초 7만원대로 떨어지면서 1년 내 가장 낮은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9월과 11월 감산 계획을 밝혔던 마이크론이 또 한번 감산 시그널을 준다면 장기적으론 내년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수요가 회복되지 않더라도 공급을 줄이면 가격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앞서 지난달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웨이퍼(반도체 원판)수량을 직전 분기인 6~8월보다 20%가량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이후에도 필요에 따라 추가감산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투자액 대비 50%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축소와 감산 발표 이후 실제 공급 감소까지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내년 2분기부터 업황이 개선되면서 본격 반등시기는 3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주가는 현재보다 미래를 반영하는 경향이 큰 만큼, 내년 초부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오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4분기 실적이 좋지 못하더라도,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시그널도 있을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엔 상황이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