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의 여왕' 英 비비안 웨스트우드 별세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1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 '펑크: 혼돈의 쿠튀드' 갈라쇼에 참석한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왼쪽)와 모델 릴리 콜(오른쪽)/AFPBBNews=뉴스1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8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BBC 등 외신은 그가 29일(현지시간) 런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웨스트우드는 사회 부조리와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중성적인 디자인과 반항적 메시지가 담긴 슬로건 티셔츠 등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스타일로 유명하다. BBC는 "하이패션의 화려함과 펑크의 반체제 정신을 결합한 영국 패션의 가장 도발적인 거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웨스트우드는 반전과 기후변화, 동물보호 등 사회적 이슈에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낸 운동가이기도 하다. 미국의 기밀을 폭로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를 지지했고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PETA, 옥스팜을 지원하고 녹색당을 위해 기부했다.

영국 노동자 계급 가정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웨스트우드는 1970년대 연인 맬컴 맥라렌과 함께 첼시에 '렛잇락(Let It Rock)'이라는 이름의 옷가게를 열면서 패션업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당대를 풍미한 펑크와 뉴웨이브 스타일로 유명세를 타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 킴 카다시안, 사라 제키파 파커, 빅토리아 베컴 등 전 세계 내로라하는 패셔니스타들에게 사랑받는 디자이너로 우뚝 섰다. 한국에선 우주선 로고 브랜드로 유명하다.

웨스트우드는 2005년 미국 록가수 메릴린 맨슨과 결혼하는 배우 디타 본 티즈를 위해 짙은 보라색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해 세간을 놀라게 했고, 2008년엔 할리우드 영화 섹스앤더시티에서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가 결혼식을 위해 입은 드레스 역시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것이었다. 1993년 비비안 웨스트우드 가을·겨울 컬렉션 런웨이에서 톱 모델 나오미 캠벨을 넘어지게 한 40cm가 넘는 높이의 플랫폼 샌들은 펑크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