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새해엔 합격하자"…보신각서 새해 맞이한 10만명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2023년 계묘년을 맞은 1일 새벽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축구선수 조규성을 비롯한 시민대표들이 제야의 종을 울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1.01.

1일 0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33번의 종소리가 울려퍼지면서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COVID-19)로 비대면으로 진행됐던 타종 행사가 3년만에 대면으로 진행되면서 보신각 앞에는 경찰 추산 10만명이 모였다. 종소리가 울리자 시민들은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며 새해를 맞았다.
보신각 앞 모인 10만명…"더 안전한 나라 됐으면"'2022 제야의 종 타종행사'는 지난해 12월31일 밤 10시50분 식전행사를 시작으로 이날 오전 1시까지 진행됐다. 매년 12월31일 자정을 기해 보신각 종을 33번 치는 행사인 타종행사는 2019년 이후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3년만에 처음 열리는 대면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민대표 10명 등 총 14명이 참여해 3개 조를 이뤄 각 11번씩 총 33번에 걸쳐 제야의 종을 울렸다.

시민대표로는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의 주역인 축구선수 조규성과 폭우 때 장애물을 치우고 배수구를 뚫어 시민들을 위험에서 구한 '강남순환도로 의인' 최영진씨,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배우 한지민의 언니 영희 역으로 출연한 정은혜 미술작가, 구숙정 대한민국 전몰군경 미망인회 서울시 지부장, 김준경 소방장 등이 뽑혔다.


보신각 앞에는 행사 시작 수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난 31일 밤 9시쯤부터 보신각 앞에는 사람들이 수백 명 가량 모여들었다. 밤 10시를 넘기자 인파는 빠르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1분에 수십 명가량의 사람들이 종각역 5번 출구를 통해 행사장 앞으로 향했다. 무대가 설치된 종각역 앞 교차로는 밤 10시쯤 사람들로 가득 찼다. 경찰 측은 전날 밤 10시 기준 1만 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산했다.

1일 오전 0시쯤.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연인이 입을 맞추고 있는 모습./사진=김미루 기자

새해를 5분 남겨둔 시간이 되자 인파는 보신각 앞에서부터 세종대로 방향으로 250m가량 이어졌다.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곳곳에서 박수와 함께 서로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건넸다. 포옹과 키스를 나누는 연인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친구와 함께 10년만에 보신각을 찾은 김영석씨(32)는 "종소리가 아주 커서 몸이 울리는 느낌이 들었고 종소리 울리는 동안에 소원을 빌었다"며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친구는 경찰공무원 시험에 올해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고등학교를 나와 함께 서울대로 진학한 김단씨·이하늘씨·조아진씨(20)는 생전 처음 타종 행사를 찾았다. 이들은 "3년 전에는 고등학생이서 집에서 TV로만 봤는데 직접 와보니 사람도 많고 종소리도 잘 들려서 좋다"고 말했다.

1일 오전 0시16분쯤 서울 종로구 종각역 6번출구 앞. 조아진씨(19)가 동갑내기 친구 이하늘, 김단씨와 타종을 들으며 2023년 새해를 맞이했다. /사진=김미루 기자

시민들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나은 한 해가 되기를 소망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장모씨(55)는 "2023년엔 더 안전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태원 참사 같은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저무는 한해를 바라보면서 저마다의 새해 다짐도 내놨다.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부모, 동생과 함께 온 배모군은 건강한 한 해를 다짐했다. 배군은 "실수로 계단을 내려가다가 다쳤는데 올해에는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김민정씨(28)는 '바디프로필'을 찍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씨는 "최근에 체지방률 20%로 나왔는데 한 자릿수로 줄이고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이 목표"라며 "신년이 오기 전에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오늘 첫 피티를 받고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같이 온 직장 동료들과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지난해 12월 31일 밤 10시50분쯤 김민정씨(28·맨 왼쪽)가 서울 종로구 보신각터 앞에서 손을 뻗어 직장동료 세명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미루 기자

3년만에 열린 보신각 '기대감'…시·경찰 '긴장'3년만에 열리는 대면행사인 만큼 이곳을 찾은 이들은 기대감으로 가득찼다. 반면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한 당국은 긴장한 모습으로 안전관리에 나섰다.

생후 6개월을 갓 넘긴 아기와 함께온 양원석씨(29)·이하영씨(26) 부부는 "재작년 남편이 미국으로 출장을 가서 신년맞이를 함께 못했는데 처음으로 가족이 뭉쳐 맞는 새해라 뜻깊다"며 "코로나19로 다니지 못했던 여행을 다음해에는 더 많이 다니고 싶다"고 했다.

인천 강화도에서 온 김민우씨(20)는 "작년은 코로나19 때문에 친구들과 호프집에서 재작년은 집에서 새해를 맞았다"며 "오늘 보신각에 오게 돼서 들뜨고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밤 10시40분쯤 서울 종로구 보신각터 앞. 이하영씨(26·왼쪽), 양원석씨(29) 부부가 올해 6월 태어난 아기와 함께 충남 당진에서 타종 행사를 즐기러 왔다./사진=김미루 기자

정부는 인파 관리에 나서는 한편 새벽 시간대 귀가하는 시민들을 위해 교통편을 늘렸다.

서울시는 종로구, 서울교통공사, 서울시설공단 합동으로 950여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보신각 일대에는 시와 경찰, 소방이 '합동상황실'을 비롯해 11개 부스와 차량전광판 4개소를 마련했다. 종로타워 등 행사장 인근에는 소방차 11대, 구급차 9대, 구조인력 103명도 배치했다. 경찰은 보신각 인근 주요 교차로에 교통경찰 180여 명을 배치해 차량 우회를 유도했다.

대중교통은 행사 종료 후부터 오전 2시까지 연장·추가 운행한다. 서울지하철 1~9호선, 우이신설선, 신림선 등은 종착역 도착 기준 이날 오전 2시까지 운행하며 175회 추가 운행한다. 보신각 일대를 경유하는 노선 69개 중 서울 시내버스 40개 노선은 보신각 인근 정류소를 이날 오전 2시에 통과하도록 연장 운행한다. 심야버스도 전날 밤 11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정상 운행한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2023년 '검은토끼 해'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이한 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타종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관람하고 있다. 2023.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