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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 메워 만든 신도시에 담은 파리 도시계획의 영업비밀 '15분'

머니투데이
  • 파리=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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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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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다이어리] 6. 지속가능한 도시로-②도보와 자전거로 '동네'들을 연결하는 이유

[편집자주]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파리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과 전문가를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파리 19구의 호자 파흑스(Rosa Parks). 대형창고를 리모델링해 공유 오피스, 공공기관, 교육시설, 마트, 식당, 체육시설 등을 갖추게 만들었다./사진=최경민 기자
과거 클리시-바티뇰 지구의 모습(위)과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아래쪽). 현재 이 지역을 찾으면 거의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바티뇰과 클리시 두 지역을 단절시켰던 철길 중 메인 철길 외 다른 지역을 공원화했고, 도로를 확충했다. 도로는 자전거 도로와 인도 위주로 구성된 게 특징이다. /사진=파리시청 홈페이지 캡처
파리 17구 서북쪽. 파리시의 관문과 같은 위치에는 지난해 7월 완공된 마틴루터킹 공원(Martin Luther King Park)이 있습니다. 공원 안에는 넓은 잔디밭과 오리가 뛰노는 연못,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및 스케이드보드장이 마련돼 있죠. 공원 주변으로는 독특한 모습의 아름다운 신축 아파트들이 즐비한데요. 여기에는 파리 도시계획의 '영업비밀'이 담겨있습니다.

마틴루터킹 공원의 서쪽은 바티뇰(Batignolles), 동쪽에는 포흐트 드 클리시(Porte de Clichy)라는 동네가 위치합니다. 현재 마틴루터킹 공원이 마련된 장소는 과거에 수많은 철도가 지나다니고, 기차 관련 창고들이 위치해 있던 곳이었는데요. 단절된 바티뇰과 포흐트 드 클리시를 연결하고,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프로젝트가 마틴루터킹 공원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입니다. 이 클리시-바티뇰 프로젝트는 내년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클리시-바티뇰 지구를 가보면 특징이 있습니다. 차도보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가 발달돼 있음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바티뇰에서 철도를 넘어 마틴루터킹 공원으로 넘어오는 다리는 두 개가 있는데요. 이 중 편도 단 한 차선만이 차도입니다. 자동차로 진입하는 것보다 자전거나 도보로 넘어오는 것을 더 편하게 만들었다는 의미입니다. 포흐트 드 클리시 쪽 역시 차선을 줄이고, 인도를 대폭 넓히면서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는 방식의 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습니다.
파리의 바티뇰(Batignolles)과 포흐트 드 클리시(Porte de Clichy)를 연결해주는 마틴루터킹 공원/사진=최경민 기자
파리의 바티뇰(Batignolles)과 포흐트 드 클리시(Porte de Clichy)를 연결해주는 마틴루터킹 공원/사진=최경민 기자
신도시 계획에 따라 포흐트 드 클리시에는 대형 건물인 스트림 빌딩(Stream Builing)이 만들어지고 있었는데요. 이곳에는 공유 오피스 등 각종 사무실, 레스토랑, 상점 등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바티뇰의 아파트에서 이곳까지 도보로 걸어와도 15분 안에 가능합니다.

마틴루터킹 공원 주변에는 탁아소와 각종 체육시설, 마트, 식당 등이 있었는데요. 생활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들이 '도보 15분' 안에 갖춰져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라면 당연히 더 멀리서 스트림 빌딩 등으로 출퇴근하며 이런 서비스를 활용하는 게 가능하겠죠.

클리시-바티뇰 지구에는 '15분 도시' 콘셉트가 녹아있습니다. 도보 혹은 자전거로 15분 거리 안에 △거주(Living) △업무(Working) △생활서비스공급(Supplying) △건강(Caring) △학습(Learning) △여가(Enjoying) 등 6가지 요소를 만족시킬 수 있게 도시를 구성하는 것.


이 개념을 만들고 안 이달고(Anne Hidalgo) 파리시장의 특보로 활동했던 카를로스 모레노(Carlos Moreno) 소르본대 교수는 지난달 2일 파리 말라케(Malaquai)가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클리시-바티뇰 지구를 꼭 방문해보라"고 당부했습니다. 파리에서 '15분 도시' 콘셉트가 적용돼 개발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는데, 과연 그랬습니다.
바티뇰에서 마틴루터킹 공원으로 넘어가는 철도 위 육교는 대부분 '인도'와 '자전거 도로'로 구성돼 있다. 차선은 편도 1차로에 불과하다./사진=최경민 기자
바티뇰에서 마틴루터킹 공원으로 넘어가는 철도 위 육교는 대부분 '인도'와 '자전거 도로'로 구성돼 있다. 차선은 편도 1차로에 불과하다./사진=최경민 기자
변화는 이곳에 국한된 게 아닙니다. 파리는 지난 2014년 이달고 시장이 선출된 이래 '15분 도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전체 1200㎞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가 확충됐고, 2026년까지 모든 도로에 차도와 차별화된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지금도 파리 시내에는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확대하고 차도를 줄이는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도보와 자전거로 동네와 동네를 연결하고, 그 거리 내에서 개인들이 하루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끔 도시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함입니다.

클리시-바티뇰의 경우 철도 부지를 메우는 '신도시'이기에 많은 건설 작업이 이뤄졌지만, 기본적으로 삶의 6가지 필수 요소를 확충하기 위한 프로세스는 공간의 재활용 및 재분배로 이뤄집니다. 방과 후 초중등학교를 시민들을 위한 평생교육원으로 활용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공간의 재활용과 재분배를 위해 기존 거대한 건물들이 리모델링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파리 7구에는 과거 국방부의 일부 기능을 하던 건물이 있는데요. 국방부가 이전한 다음에는 시민들에게 다목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입니다. 254가구를 위한 공동주택, 탁아소, 체육관과 스포츠홀, 옥상 녹지 공간 등이 내년까지 마련될 예정입니다. 이 땅은 오르세 미술관 인근에 있어 노른자위와 다름없는 곳이지만, '15분 도시'를 위한 공간의 재분배에 활용키로 했습니다.

이런 '15분 도시' 콘셉트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단순하게는 차선을 줄이는 게 사실상 도심에서 승용차를 못 모는 환경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죠. 조금 복잡한 지적은 '15분 도시'가 지역간 격차를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어떤 도시든 부촌이 있으면 슬럼가가 있는데, '도보 및 자전거로 15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면 부촌만 더 좋아지고, 슬럼가는 더 추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입니다.

모레노 교수는 "도시 내 근접한 지역들 사이에서 링크의 연동"으로 극복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15분 도시'는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중심점은 시민 개개인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개인이 광화문에 15분 안에 접근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개인이 굳이 광화문에 나갈 필요없이 15분 안 거리 내에서 삶에 필요한 양질의 서비스를 향유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도시 서비스 제공의 중심지가 '개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완화할 여지도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5분 거리 내에 다목적 체육관이 생긴다면, 우리 집에서 10분 떨어져 있는 동네에 사는 사람도 이곳을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동네와 동네를 거치며 서비스 지원이 계속 이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모레노 교수가 언급한 "링크의 연동"이 중요하죠. 클리시-바티뇰 지구의 키포인트가 철도로 단절돼 있던 두 지역 사이에 마틴루터킹 공원을 만들어 연결한 것이듯이요.
15분 도시 개념도 /사진=파리시청 홈페이지 캡처 후 한글 번역
15분 도시 개념도 /사진=파리시청 홈페이지 캡처 후 한글 번역
정부의 역할도 필수적입니다. '15분' 안에 특정 서비스가 확충되지 않은 지점이 있는지를 면밀하게 따져서 해당 서비스를 공급해주는 것은 정부의 몫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지자체가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역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런 정책 과정 자체가 지역 간 격차 해소에 도움을 줄 소지도 충분합니다. 실제 파리 19구 호자 파흑스(Rosa Parks) 주변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었는데요. 이곳에 있던 카페트 등을 보관하던 대형 창고를 리모델링해 공유 오피스 등을 포함안 일종의 멀티플렉스를 만든 결과, 밝고 활기찬 동네 분위기가 형성된 모습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이 밀집되며 대학생 등 젊은층들의 유입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15분 도시' 싱크탱크 격인 소르본대 산하 기업가정신·지역·혁신 연구소(Chaire-ETI)의 도시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한승훈씨는 "자동차를 줄이고 보행과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로 나아가는 것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15분 도시'는 일종의 균형을 찾자는 콘셉트"라고 했습니다.

그는 "특정 지역에 지나치게 집중하지 말고 '우리 동네'에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가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새롭게 뭔가를 건설하자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공간들을 창의적으로 활용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파리 19구의 호자 파흑스(Rosa Parks). 대형창고를 리모델링해 공유 오피스, 공공기관, 교육시설, 마트, 식당, 체육시설 등을 갖추게 만들었다./사진=최경민 기자
파리 19구의 호자 파흑스(Rosa Parks). 대형창고를 리모델링해 공유 오피스, 공공기관, 교육시설, 마트, 식당, 체육시설 등을 갖추게 만들었다./사진=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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