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과점 해소하라' 당국 주문에…웃음 짓는 핀테크사

금융당국이 5대 은행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 핀테크(금융기술기업)를 은행업 등 기존 제도권 시장에 더 적극 진입시킨다는 구상을 내놓을 예정이다. 핀테크 업계의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계좌개설 가능성에 주목한다. 은행업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핀테크사의 활동 영역이 넓어질 수 있어서다. 다만 막대한 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5대 은행에 대적할 만한 경쟁력을 확보는 하지 못한 채 비용만 낭비하게 될 거라는 우려섞인 시선도 제기한다.

19일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은행업 경쟁 촉진 논의에 핀테크 업권의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15일 열린 민생경제회의에서 윤석렬 대통령은 5대 은행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지시했다. 이에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핀테크사 등 신규 플레이어가 은행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은행 인가 방식을 기능별로 쪼개 '스몰 라이선스'를 발급하는 방안 등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핀테크 업계에선 스몰 라이선스 제도가 활성화되면 핀테크사의 활동 무대가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자체적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발급할 권한이 주어지면 다양한 사업 가능성이 열리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핀테크에 필요한 건 계좌 서비스 등 일부 기능일 뿐인데 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하게 되면 모든 기능을 맡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그간 은행업에 발을 들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며 "앞으로 스몰 라이선스가 나오면 핀테크들이 각자 필요한 라이선스를 취득해 일부 서비스를 특화시켜나갈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사진=뉴스1

대형 핀테크 업체 관계자도 "핵심은 결국 계좌를 열 수 있는 권한"이라며 "카카오·토스 등 일부 회사를 제외한 핀테크사들은 대부분 결제 서비스만 도맡아 하기 때문에 은행망을 이용하고 수수료를 내는데, 계좌 서비스 권한이 생기면 핀테크사 내부에서 모든 과정을 처리해 수수료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은행업 진출로 얻을 수 있는게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핀테크들도 적지 않다.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을 그동안 만들어 왔던 시중은행을 핀테크가 스몰 라이선스만으로 따라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지금처럼 데이터와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중개서비스에 치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언급된다.

스몰 라이선스 정책에 부정적인 핀테크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가 은행업에 뛰어든다고 해도 5대 은행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긴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은행의 대출 상품을 중개하고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어갈 것 같다"며 "스몰 라이선스라고 해도 이를 취득하려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원래 하던 업무에 집중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더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