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300조'에 '실탄 10조' 쥔 SK온…악재 넘어 공격앞으로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SK온이 '공격적 투자'의 결실 거두기에 나선다. 한 손에는 300조원에 육박한 수주액, 다른 손에는 10조원에 달하는 '실탄'을 쥐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중 배터리 신규공장 가동 예정이 없다. 지난해 미국 조지아 1공장·2공장, 헝가리 코마롬 2공장, 중국 옌청 1공장 2동 등 4곳의 문을 열었던 영향이다.


그렇다고 SK온의 배터리 시설 투자가 주춤하는 것은 아니다. 2024년에는 헝가리 이반차 3공장과 옌청 SKOY 공장을, 2025년에는 미국 블루오벌SK 공장을 새로 가동한다. 블루오벌SK의 경우 미국의 포드와 합작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생산법인이다.

블루오벌SK 공장은 그 규모가 129기가와트시(GWh)에 달한다. 지난해 연 조지아 2공장(12GWh)의 10배가 넘는 수준이어서 게임 체인저로 여겨진다. 프로젝트는 순항하고 있다. SK온은 지난 21일 블루오벌SK에 약 2조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8976억원을 부담한 뒤 2차 출자다. 2027년까지 약 2조2000억원을 순차적으로 더 낼 예정이다.

SK온은 지난해 약 1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7조6000억원으로 150% 성장했지만, 신규공장에 대한 공격적 투자에 이익을 내지 못했다. 이제 성과가 나올 시점으로 업계는 본다. SK온은 올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플러스를 달성하고, 내년 흑자전환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업계가 급속하게 커지면서 주문이 밀려드는 와중에, SK온이 투자를 선제적으로 한 것"이라며 "블루오벌SK 공장이 완성되는 2025년을 기점으로 또 한 번의 스텝업을 기대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뉴스1) 임세영 기자 =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 개막일인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SK그룹 부스에서 최재원 SK 수석 부회장이 18분만에 80%까지의 충전이 가능한 SK온배터리 설명을 듣고 있다. 2023.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몇 가지 악재가 있기는 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 튀르키예 최대 기업 코치(Koc Holding)와 최대 45GWh 규모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추진한 게 무산됐다. 이 프로젝트는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으로 향했다. 미국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에 들어가는 SK온의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해 조지아 공장이 멈추는 일도 발생했다.

SK온은 기업의 성장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튀르키예 무산 건은 뼈아프지만, 이미 SK온의 그동안 수주량은 300조원에 육박했다. 공장이 부족한 걸 걱정해야 할 상황이지, 주문이 없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포트폴리오도 현대차, 포드, 다임러, 폭스바겐은 물론 페라리까지 다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협력관계인 포드와의 작업 중 연달아 구설에 올랐지만 SK온은 양사관계가 여전히 돈독하다고 강조한다. 튀르키예 건의 경우 현지 물가급등과 같은 변수가 발생하며 단순 협상이 결렬된 케이스고, 'F-150 라이트닝' 화재 건의 경우 구조적 결함이 아닌 1회성 이벤트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온의 조지아 공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15일 만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업계 일각에서는 SK온의 자금력을 의심하지만 이 또한 기우에 가깝다는 평가다.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에서 올해 배터리 사업 생산능력 확대에 7조원을 쓰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유상증자로 2조8000억원을 확보했던 것까지 합치면 최소 10조원에 달하는 투자여력이 있는 것이다.

SK온 자체적인 자금 마련 노력도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SK온이 2조~3조원(16억~24억 달러)을 목표로 신규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K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해진 건 없다"라면서도 "국내 및 글로벌 투자자 유치를 지속 추진 중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