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묻자 곧바로 "어떤 제품?"…14살 중학생에도 마수 뻗쳤다

"구매하고 싶습니다. "
"네, 구입제품이?"

마약을 판매한다는 텔레그램 계정에 메시지를 보내자 곧장 답이 왔다. '오늘 무슨 약을 살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필로폰, 엑스터시, 대마, LSD, 케타민, 코카인,GHB, 졸피뎀 등의 '시세표'를 건넸다. 필로폰은 0.5g에 40만원, 1g에 70만원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사고 싶다고 하자 "1시간 안으로 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물건을 픽업하기 쉬운 곳에 던져드린다"며 "무통장 입금이나 비트코인으로 입금해달라"고 했다.


14살 중학생이 텔레그램을 통해 구매한 필로폰을 투약해 경찰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화제다. 특히 중학생이 어떻게 마약을 구할 수 있었는지 관심이 쏠린다. 머니투데이 취재 결과 서울 주택가에서도 쉽게 필로폰과 대마를 비롯해 수면제 등 다양한 마약류를 주문 당일에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7일 기자가 직접 텔레그램으로 마약을 주문하기까지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온라인에서 마약을 판매한다는 텔레그램 아이디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텔레그램에서 판매자라고 소개한 계정들은 대다수가 메시지를 보낸 즉시 답이 왔다. 구매하고자 하는 마약의 종류와 가격을 묻자 무게당 가격을 바로 알려줬다.

판매자들은 무통장 입금과 텔레그램으로 결제를 요구하며 직거래는 피했다. 서울 어느 지역이든 당일 택배 또는 '던지기' 방식으로 배달이 가능하다고 했다. 일명 '던지기'란 특정 장소에 미리 마약을 숨겨놓고 거래하는 비대면 거래 수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상에 거래되는 양이 워낙 많기 때문에 한정된 경찰 인력으로 100% 검거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수시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고 마약 사범을 집중 단속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온라인 마약류 판매·광고를 점검한 결과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적발한 1865건 중 72.5%가 텔레그램을 활용해 마약류를 광고하고 판매했다.

마약류 거래가 텔레그램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온라인 접근성이 좋은 10대 마약류사범이 빠르게 늘고 있다. 대검찰청의 '마약류월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10대 마약류사범은 총 3286명에 달한다. 지난해 1월 25명에 불과했던 10대 마약류사범은 12월에는 481명까지 늘었다. 전문가들은 음지에서 비대면으로 거래되고 있는 마약범죄 특성상 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한 암수범죄율은 최대 30배 이상이라고 예측한다.

임상현 경기도 다르크(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 센터장은 "보통 10대와 20대가 텔레그램으로 마약을 구매하는데 학생들은 대출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식으로 돈을 마련한다"며 "호기심과 언론에서 나오는 연예인들을 보고 궁금해서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변호사는 "미성년자의 경우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한 번 시작을 하면 자기 억제를 하기 힘들다"며 "10대부터 시작해 20대, 30대 때도 중독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날 마약을 구매해 자택에서 투약한 중학생 A양(14)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양은 지난 6일 오후 6시40분쯤 텔레그램을 통해 필로폰 0.05g을 구매하고 동대문구 자택에서 투약한 혐의다.

마약 투약 후 자택 계단에 쓰러져 있는 A양을 어머니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호기심에 마약을 구입해 투약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