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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부터 땡기자" 안돼…바이오, '거짓말쟁이' 오명 벗으려면

머니투데이
  • 이사민 기자
  •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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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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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바이오는 어쩌다 거짓말쟁이가 됐나 (下)

[편집자주] K-바이오가 올해 큰 도전에 직면한다. 다수 국내 바이오가 지속된 투자 수요 악화로 재무건전성을 위협받고 있다. 급기야 최근 일부 기업은 감사의견 문제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코스닥 성장성특례상장 1호 셀리버리의 거래정지는 상징적이다. 바이오 위기는 어디서 초래했을까. 결국 핵심은 시장 신뢰 하락이다. 특히 특례상장 바이오 중 IPO 당시 약속한 성과를 지킨 기업을 찾기 힘들다. '바이오는 사기 아니냐'는 인식이 팽배한 이유다. 바이오는 어쩌다 거짓말쟁이가 됐을까.



'기술특례 기대株→상폐 위기'…韓 바이오 밸류 '고무줄'인 이유


"돈부터 땡기자" 안돼…바이오, '거짓말쟁이' 오명 벗으려면
'대박' 아니면 '쪽박'.

투자자들은 바이오주(株)를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성공 아니면 실패. 모 아니면 도.

이렇듯 국내 바이오 기업 밸류에이션은 투자자들의 막연한 기대감을 먹고 자란다. 산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보다 더 적정한 밸류에이션을 산출하려면 업계 안팎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어설픈 가치평가는 투자자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韓 바이오, 투자자 기대심이 '팔할'…밸류에이션 측정 어려운 이유는

바이오 기업은 향후 미래 성장성을 토대로 가치를 평가한다. 다른 섹터와 달리 기업 대부분이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생산설비나 이익 구조, 현금 창출 흐름 등 제대로 된 가치의 실체가 없는 상태에서 시장 평가를 거쳐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거래한다. 주식 투자자들은 상장 기업이라 안전하다 믿고 투자할 수 있지만, 그 어떤 업종보다 주가의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신약 개발 과정은 멀고도 험하다. 통상적으로 신약 개발에 필요한 기간은 약 10년, 비용은 1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기술도입과 신약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과 단계별 임상시험계획 신청 및 승인, 임상시험 결과 발표, 품목허가 신청, 품목허가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임상 1상에 진입한 신약 파이프라인이 최종 사용 허가를 받는 확률은 질환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10%대 초반 수준이다. 그래서 바이오의 가치평가가 특히 어렵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형증권사의 바이오 담당 A 연구원은 "바이오 업체 밸류에이션 과정에는 임상 성공 확률, 출시 이후 점유율, 할인율 등 각종 단계에 '이프'(if·만약에)가 들어간다"며 "다른 섹터는 실적이 찍혀 상대적으로 밸류를 비교하기 쉽지만 바이오는 향후 약물이 성공했을 때의 가치를 현재 가격으로 미리 당겨오는 과정 전체가 전부 가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상장지수펀드)운용부문 팀장도 "바이오 기업은 실제 연구하는 파이프라인은 많지만 실제 매출을 발생하기까지 임상 승인을 거치는 기간이 굉장히 길다"며 "대부분 바이오 기업은 연구 중인 파이프라인을 선반영하며 거래되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바이오 섹터는 증시 또는 공모시장 분위기에 상대적으로 예민하다. IPO(기업공개) 시장 환경에 따라 각 바이오 기업의 가치평가 기준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단 얘기다. A 연구원은 "바이오 섹터 밸류에이션은 다른 업종 대비 주관적으로 이뤄진다"며 "시장이나 투자심리가 좋을 때는 높은 밸류가 쉬이 용인되고, 안 좋을 때는 또 과하다고 보기 쉽다"고 말했다.

실제 IPO 시장 투자 수요가 높을 땐 특별한 경쟁력이 없는 신약 개발 바이오가 수천억원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코스닥에 입성하기도 한다. 반면 지난해처럼 IPO 시장에서 바이오를 외면하는 환경에선 극소수의 기업만 상장 절차를 통과할 수 있다. 그마저 비상장 시절 밸류에이션보다 낮은 몸값에 울며 겨자 먹기로 상장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공모시장이나 주식시장의 개인투자자들이 바이오 투자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체도, 기관도 경쟁력↓…"바이오 가치 정상화 과정" 평가도

지난달 31일 열린 셀리버리 주주총회에서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가 주주들을 향해 무릎 꿇고 사과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지난달 31일 열린 셀리버리 주주총회에서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가 주주들을 향해 무릎 꿇고 사과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국내 바이오 업계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 대비 미진한 점도 밸류에이션 평가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국내 신약 개발 성공 사례가 드물다 보니 비교 기업군으로 통상 해외 업체를 제시하는데 적절한 비교 대상은 아니란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바이오 담당 B 연구원은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국내에 경쟁력 있는 업체가 많아야 훨씬 객관적인 밸류에이션을 진행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일차적으로 국내에서 비교군을 찾지 못해 유사점이 희박한 해외 사례를 참고하다 보니 정밀한 평가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밸류에이션 과정에 참여하는 외부 기관의 전문성도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상장을 준비하는 바이오 업체에 대한 기술성평가는 현재 스무 곳이 넘는 전문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데 실질적으로 내실 있는 평가를 진행하는 곳은 소수란 지적이다. 실제 일부 기업은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AA 등급을 받고도 결국 상장폐지 직전까지 갔다.

IB(투자은행) 현장에서도 바이오 밸류에이션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오 IPO는 맡고 싶지 않다"는 IB 인력도 있다.

국내 IB 관계자는 "바이오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사실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지금의 바이오에 대한 밸류에이션 방식이 완벽하다 볼 수 없지만, 기업과 주관사가 대략적인 선을 정하고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을 통해 최종 공모가가 정해지는 만큼 여러 시장 참여자의 주문을 통하는 구조라 무조건 비합리적이라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각 IB가 책임감을 갖고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시장 참여자들과 합리적으로 소통하는 수밖에 없다"며 "다만 상장폐지까지 가능 특례 상장 기업이 있다면 IPO 주관사에 대한 일정 부분의 페널티(벌칙) 등 조치를 취하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 혁신 기술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지만 현재 기술성 평가기관들은 임상시험, 기술이전 등을 피상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솔직히 이들 기관이 정말 바이오를 제대로 알고 평가에 참여하는지에 대해 업계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오 업계 역시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담스러워한다. 상장 당시에는 밸류가 높다가 빠져버리면 결국 산업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외려 최근의 바이오 혹한기를 밸류를 정상화하는 과정 중 하나로 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 거짓말쟁이 오명 극복하려면...신뢰 회복의 조건


신약 개발에는 오랜 시간,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통상 10년이 넘는 기간, 많게는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시간과 돈을 썼다고 성공을 장담할 수도 없다.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구조적으로 단기간에 R&D(연구개발)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

"돈부터 땡기자" 안돼…바이오, '거짓말쟁이' 오명 벗으려면
시간과 돈에서 밀리는 후발주자는 더 그렇다. 최근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화이자에 56조원에 인수된 미국 씨젠(Seagen)도 25년 경력을 쌓은 후에야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나마 충분한 돈이 있을 경우 신약 개발 도전 자체가 불가능하진 않다. 그래서 국내 바이오 벤처들은 그동안 필수적으로 IPO(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에 나섰다. 수백억원 이상의 자금을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모을 수 있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특례 상장은 우리 바이오 산업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기술특례로 IPO 길이 열리면서 수많은 바이오가 자금을 조달했고 연구를 진척했다. 에이비엘바이오, 레고켐바이오의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를 견인한 배경으로 IPO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일부 기술이전을 제외하면 지난 18년간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중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한 신약 개발 성과를 낸 곳은 보이지 않는다. '상장 5년 내 이익을 내겠다'는 약속을 지킨 바이오 회사는 손에 꼽힌다. 대부분 아직 적자 신세다. 그나마 흑자를 낸 에이비엘바이오도 약속했던 기간(상장 4년 내)을 넘어 이익을 냈다. 신라젠, 코오롱티슈진 등 일부 회사는 한동안 거래정지 상태였다. 최근엔 성장성 특례 1호로 상장한 셀리버리가 영업손실 급증으로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고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악재가 쌓이면서 K바이오에 대한 시장 신뢰는 서서히 무너졌다.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등까지 겹치면서 국내 바이오 업계에 돈이 몰리지 않기 시작했다. 예년 분위기를 되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바이오 산업 특성상 투자유치가 곧 생존과 직결된다는 데 있다. 연구와 운영 자금은 생존의 열쇠나 마찬가지다. 기술이전이 원하는 때 이뤄져 돈이 들어오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바이오 기업의 도전은 투자자들의 선택이 있어야 가능하단 의미다.

바이오에 대한 시장과 투자자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신뢰를 무너뜨린 지난날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먼저 IPO 전후 마음가짐이다. 한 바이오 컨설팅 기업 대표는 "일부 회사는 '일단 돈을 땡기자'는 생각으로 IPO란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는 상태만 만들고, 시험을 잘 치른 후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며 "반성하고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업계가 '실적'에 보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상장 바이오의 대표 A씨는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도 수십년간 번 돈을 기반으로 현재 신약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바이오 벤처도 '기술만 쫓아가기도 바쁜데 매출까지 내라고?' 하는 인식을 버리고 자체적인 생존 구조를 만들어야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연구개발을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돈부터 땡기자" 안돼…바이오, '거짓말쟁이' 오명 벗으려면
국내 많은 바이오 벤처가 자체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지 못한 채 투자 유치에만 목매기 때문에 지나치게 내부 연구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모습이 엿보인다는 설명이다.

A씨는 또 "실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신약 개발이 아닌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사업을 인수해 회사에 붙이는 것도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연구개발에 쓸 수 있는 돈을 스스로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은 거래소 관리종목 지정을 유예받는다. 이에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M&A(인수합병)에 나서는 사례가 종종 있다.

A씨는 다만 "단기간 내 매출을 내야 한다는 목적에만 함몰되기보다 본질적인 기업의 경쟁력과 시너지가 날 만한 M&A를 추진해야 한다"며 "연구 역량 강화, 상업화, 해외시장 진출, 사업 영역 확대 등으로 인수 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업계가 시장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단 의견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특히 바이오는 산업 특성상 경쟁력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나 연구에 대해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른 업종보다 시장과 소통이 더 중요한 이유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일부 바이오 기업이 상장시 계획했던 것이 잘 안될 때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신뢰를 잃는 악순환이 벌어진 사례가 있다"며 "상장시 기술이전을 통한 수익 창출을 약속했다면 6개월 혹은 1년마다 '임상, 기술이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우리가 왜 계획대로 못 가고 있는지' 등 시장에 정보를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일도 안 하다 5년이 지난 다음 '못했다, 미안해' 식으로 시장에 알리는 자세는 상장사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며 "바이오가 시장과 호흡하고 진솔한 태도를 보여야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상장 전후 과정에서 금융당국 역할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금융감독원과 거래소에서 바이오 기술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상장 이후에는 실적 중간 점검 등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많은 특례상장 바이오가 IPO 당시 제시했던 실적을 지키지 못하고 있지만 별다른 조치를 받지 않는다. 뒤늦은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정지에 처할 경우 애꿎은 개인투자자의 피해만 초래할 뿐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나 규제기관의 역할이 지금보다 더 커지면 시장 자체가 경색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또 특례상장 기업이 3~5년치 추정 실적을 근거로 시가총액을 기계적으로 산정하는 현 방식도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공모시장의 평가에 앞서 장외에서 일부 벤처캐피탈이 주도해 평가한 기업가치를 우선적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가치 뻥튀기는 공모시장 투자자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더구나 IPO 기업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개인투자자라면 더 그렇다.

이 때문에 IPO 주관사들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기술에 대한 평가를 잘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금감원, 거래소에서 박사를 비롯한 전문인력을 영입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이나 거래소의 박사급 전문인력이 IPO에 나서는 각 바이오 기업의 기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더구나 전문가의 상장 심사를 통과하고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인정 받은 바이오라면 이 회사가 기술적으로 훌륭하고 완전한 회사라는 메시지가 퍼질 수 있고 되레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관사는 기술적 전문가는 아니지만 실사를 나가면서 회사와 많은 대화를 하고 약속을 지키는지 등 오랜 기간 살펴보면서 신뢰가 가는 회사인지 아닌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며 "나스닥처럼 문제를 일으킨 회사와 연관이 있는 투자자, 주관사를 공개하고 주관사에는 특정 기간 동안 IPO 딜(거래)을 주간하는 데 있어서 터프하게 심사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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