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만큼 금리 인상하지 않을 수도" 파월 발언에 시장 '술렁'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3월 22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당초 목표치만큼 금리를 인상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며 6월 금리동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파월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연준 토마스 라우바흐 리서치 컨퍼런스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촉발된 금융불안이 완화됐다고 평가하면서 "(금융불안의 여파로) 경제성장률과 고용률, 인플레이션 모두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덕분에 당초 목표치만큼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될 수 있다"며 "물론 (금리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과 이로 인한 은행위기가 어떤 여파를 미칠지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일단 현재는 지표들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쯤 추가 정책을 내놓는 것이 적절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지금까지 연준의 행보를 종합해볼 때 시간을 갖고 지켜볼 여유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CNBC는 금리인상 효과가 나타나려면 1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연준의) 정책이 아직 경제전반에 반영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이 정책효과를 지켜보기로 했다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동결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

또 파월 의장은 최근 연준이 발간한 연구보고서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연준의 최근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중립금리는 아주 낮은 수준이다. 장기중립금리는 경제활성화 시기에 수요공급 균형을 맞춰주는 수준의 금리를 가리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장기중립금리가 상승하면 정부는 인플레이션 둔화에 필요한 금리 수준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며 "장기중립금리에 대한 연준의 평가가 바뀌지 않았고 수년 내에 인플레이션을 2%로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다면 연준이 3% 금리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섣불리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그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인생 최대 규모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며 "데이터에 비춰보면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리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연준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노동시장, 특히 서비스직종의 노동공급 부족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가라앉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다면 고통이 길어질 뿐 아니라 더욱 심해질 것이고 가계와 기업에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된다"며 인플레이션 2%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로이터에 따르면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미 국채 2년물은 0.1%p 하락했다. 채권 투자자들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심리를 드러낸 것. 로이터는 "파월 의장 발언 전까지 미 국채 2년물은 0.1%p가량 상승세였다"며 "하루에 미 국채 2년물이 이만큼 움직였다는 것은 상당한 변화"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인플레이션 추세와 관계없이 연준은 금리인상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디폴트가 현실화된다면 중앙은행인 연준은 경제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긴급수단들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화정책 분석기관인 LH마이어의 케빈 버제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요약하면, 연준은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한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연준의 기본 스탠스는 6월 금리동결이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YT는 "투자자들은 금리동결에 베팅하고 있다"며 "당초 투자자들은 연준이 올해 9월부터 연말까지 0.25%p씩 3회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는 11월과 12월에 0.25%p씩 2번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금리인상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회담에서 "현 데이터와 경제상황을 보면 6월 연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다음달 FOMC는 13~14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회의 결과는 14일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