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준 LH 사장 "알짜 서울 땅 매각"…'부채비율 200%' 해결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18일 진주 LH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LH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부채비율을 200% 밑으로 낮추기 위해 "서울시내 토지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LH 부채비율은 지난해 218.7%로 전년 대비 낮아졌으나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되면서 2026년까지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춰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로 LH가 보유한 고가의 토지를 매각키로 했다.
"고가 땅은 LH가 집을 짓는 것보다 차라리 매각"이 사장은 지난 18일 LH 진주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시내 몇몇 땅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매각할 계획이 있다"며 "조속히 활용해서 현금화한다면 부채비율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부채비율 207% 달성을 목표로 유휴자산 매각, 경영 효율화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지난해 말 기준 LH 총 자산은 213조6488억원, 부채총계는 146조6172억원, 부채비율은 218.7%이었다. 대규모 도시 조성 사업을 담당하는 LH 업무 특성상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정부 지침에 따라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 사장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LH가 가진 땅에는 무조건 주택을 짓는 걸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어떤 부지는 차라리 땅을 매각하는 것이 (주택 공급) 사업을 하는 것보다 이익이 더 많이 되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땅값이 비싸다고 해서 수십억원에 분양한다면 국민 정서에 과연 맞겠나"라며 "땅이 고가인 곳은 LH가 집을 짓는 것보다 차라리 매각해서 민간이 효용성 있는 용도로 활용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했다.

매각 대상에 오른 토지는 특정하지 않았으나 서울 소재 토지와 인천 영종도, 제주도 등을 거론했다. 그는 "인천 영종도에는 방치된 땅 110만평이 있다"며 "공항에 맞는 시설로 제대로 활용한다면 수조원 정도는 회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자산 처분의 일환으로 15년째 매각을 추진 중인 경기 분당 LH 오리사옥에 대해서는 "부지가 업무시설로 제한돼 있어 이 자체로 매각하는 건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용도변경은 아무 때나 되는 것이 아닌 만큼 성남시가 도시기본계획 세울 때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했다. 오리사옥은 대지는 3만7997㎡, 연면적은 7만2011㎡ 규모로 매각예정가격은 5801억원에 달한다.

경기 분당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오리사옥 /사진=머니투데이DB

전세사기 경매 우선매수권 가격 상한선 고심…인천 검단 재시공? "결과에 따라 대응"전세사기 피해 지원와 관련해서는 LH가 경매에서 우선매수권으로 피해 주택을 매입할 때 가격 상한선을 여전히 고민 중이다. 이 사장은 "우리가 일반 물건을 살 때는 샅샅이 검토해 가격을 매기는 데 반해 경매는 현재 (임차인이) 살고 있어 보수·보강이 필요하다거나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며 "또 잘못하면 배임 문제에 휘말릴 수 있어 가격 결정 문제에 대해 상당히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현장 주차장 붕괴 사고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고 조사를 약속하면서도 입주예정자가 주장한 전면 재시공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대응할 문제이지 지금 미리 예단해서 한다, 안 한다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사고를 계기로 LH 공사 현장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1기 신도시 재정비에 대해서는 단순히 주택만 공급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1기 신도시 도시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건축해서 집만 짓는다고 생각하면 실패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며 "1기 신도시는 1988년, 1989년 집값 급등기에 서둘러서 베드타운을 만들다 보니 일자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도시 내 자족기능을 최대한 넣어서 외곽으로 유출하는 교통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UAM(도심항공교통), 자율주행차, 로봇·드론 택배 등 시대 변화를 반영한 도시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