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에 中반도체 증산 10%까지 요청

머니투데이

세종=최민경 기자

정부가 미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설비 증설을 기존 5%에서 10%까지 늘려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반도체지원법의 재정 인센티브 세부 지원계획(NOFO), 10월 만료되는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유예조치 연장 협상도 속도를 낸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2일 미국 상무부에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규정에 대한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미국 정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관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대해 불합리한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가드레일 조항'을 시행해선 안 된다고 믿는다"며 "가드레일 규정안에 있는 '실질적인 확장(material expansion)'과 '범용(legacy) 반도체' 및 기타 핵심 용어의 현재 정의를 재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가드레일 규정안은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보조금 수령일부터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이전 세대의 범용 반도체는 10% 미만으로 '실질적 확장'을 제한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의 실질적인 확장의 기준을 기존 5%에서 10%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등 우려 국가의 기업과 공동 연구나 기술 특허사용계약을 하면 지원받은 보조금을 반환해야 하는 '기술 환수'(technology clawback) 조항이 제한하는 활동 범위도 더욱 명확히 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이번에 관보에 공개된 의견서를 뒷받침할 상세한 내용을 담은 비공개 의견서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관보에서 공개된 내용 외에도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미국 정부에 가드레일 관련 요청한 사안들이 여러 가지 있다"며 "미국 정부가 의견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요구 사항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기업이 반도체지원법 NOFO에 따라 협상할 때 최대한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지원법에 따르면 미국으로부터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원) 이상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예상을 초과하는 이익을 낼 경우 보조금의 최대 75%까지 이익을 환수한다. 보조금을 받으려는 기업은 생산 설비와 재무정보도 공개해야 한다. 업계에선 이를 독소조항으로 지목하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는 구체적인 초과이익 환수 비율과 기대수익 제공범위는 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의 보조금 신청 본 접수 전까지 미국 정부와 협상에서 최대한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31일부터 로직칩·메모리칩 등 첨단 제조시설에 대한 보조금 신청서를 받고 있다. 일반·후공정 제조시설은 오는 6월 26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1년 유예조치를 연장하는 것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 로직칩 등 특정기술 수준의 반도체 생산장비는 중국내 반입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다.

당시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공장은 1년간 유예조치를 통해 장비 수입의 예외를 허용했다. 오는 10월엔 유예조치가 만료된다.

이와관련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4월 미국 순방 후 "10월 이후에도 공급망에 지장이 없게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도록 미국과 협의했다"며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유예조치 연장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아울러 미국에서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와 관련해 한국 반도체기업이 중국 점유율을 늘리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것도 정부가 대응해야 한다. 미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 상무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에 대한 미국의 수출 허가가 한국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backfilling)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미국 하원의 성명과 관련해선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