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베팅 잘못" 中대사 논란…민주당서도 "이재명, 발언 지적했어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8일 저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준비해온 모두발언 원고를 읽고 있는 모습./사진=델리민주 영상 갈무리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관저 회동에서 한국 정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가 현장에서 적절히 대처했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13일 오전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그 자리에서 문제점을 지적했어야 되지 않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비명(비이재명)계 이원욱 의원도 같은 날 오전 B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왜 관저까지 갔는지 의문"이라며 "당 대표정도 되면 당신이 와라, 국회 당 대표실로 와서 예방을 해라, 이게 보편적인 일인데 거기까지 가서 15분이나 되는 긴 글을 낭독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준 것(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싱 대사의 도발적인 발언에 충분히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대사와 만찬 회동을 했다. 싱하이밍 대사는 준비해 온 모두발언에서 "한중 관계 악화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 "한국은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 등의 발언을 했다. 민주당은 이 상황을 유튜브 공식 계정인 '델리민주'로 생중계했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이 대표가 싱하이밍 대사를 만난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 없다고 봤다. 정성호 의원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가 심각한 현안"이라며 "그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 입장을 듣고 양국 간 공조할 부분이 있는지 논의하러 갔던 것"이라고 했다. 이원욱 의원도 "무역적자 문제를 어떻게 하면 야당 대표로서 한 번 풀어볼 것인지 고민은 있었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이 대표가 타국 대사의 발언을 임의로 끊거나 제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일방적으로 발언한 싱하이밍 대사의 잘못이 더 크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비명계 조응천 의원도 라디오에서 "15분 동안 준비된 원고를 꺼내서 장황하게 읽을 거라고 예상했겠나"라며 "15분 동안 읽는데 (이 대표가) 벌떡 일어나서 지금 뭔 소리하는 거냐 그러고 나갈 수도 없을 것이고 난감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 역시 이날 KBS 라디오에서 "기본적으로 중국 대사의 발언이 감정적으로 성급했다. 장소도 적정하지 않았다"면서 "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그렇게 한 건 민주당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