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 "영진위 혈세낭비에 특혜시비까지, 심기일전해야"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영화발전기금 예산을 부실하고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는데다 지원대상 선정에도 불공정성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찾아내 사업과 운영체계를 전면 정비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이날 "영화계 간판 단체인 영진위가 국민의 피와 땀이 들어간 혈세를 어처구니없게 낭비하고, 공모 심사에 있어 특혜 시비와 불공정성을 드러내고 있어 국민과 영화인들은 실망하고 개탄할 것"이라며 "영화산업 진흥을 위한 여러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국민적 호응을 얻기 위해서라도 영진위의 허리띠 졸라매기, 심기일전의 자세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영진위의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운영 사업'이 문체부가 지적한 대표적 사례다. 2019년부터 5년간 예산 69억 원을 편성해 사업을 진행해왔으나 아세안 국가들과의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기구 설립이 사실상 결렬됐다. 그럼에도 올해 교류행사 명목의 예산을 책정하는 등 상대국들의 호응이 없는 사업을 5년 동안이나 끌고 오면서 24억원이 넘는 예산을 낭비했다는게 문체부 설명이다.

아울러 한한령과 코로나19로 기업입주 지원사업이 2020년 중단되고, 한국영화 개봉·유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중국사무소 역할이 축수됐지만 지난해까지 4명의 인원을 유지한 것도 방만한 경영 사례로 지목됐다. 블랙리스트 후속조치를 위해 설치된 특별위원회도 대부분의 사업이 종료되고 올해 연구용역 예산 1억원 외에 운영 예산은 책정되지 않았지만 운영 연장을 결정해 인력 및 예산이 계속 투입돼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영화진흥위원회가 코로나19로 고사 위기에 빠진 극장가를 살리기 위해 '극장에서 다시, 봄' 캠페인을 시행한 첫 날인 4일 서울 용산CGV에 관람객들이 영화관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0.6.4/뉴스1

지난해 '독립영화 전용관 운영지원' 사업에서는 신청 자격 요건에 맞지 않는 상영관에 예산을 지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영진위는 채무가 있어 신청 자격이 없는데 상영관인데도 최종적으로 1억1400만원을 지원했다.

공모사업 심사 전문성도 도마위에 올랐다. 문체부는 공모 심사를 위해 1000여 명 규모의 심사위원풀을 운영하고 있으나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등 타 기관과 비교할 때 후보자 자격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고 비판했다. 자천이나 추천으로 구성된 후보자군이 심사위원으로 적합한지에 대해 검증하는 객관적인 외부평가 절차도 없고, 사무국에서 자격 기준 부합 여부만 형식적으로 검토해온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영진위 '영화제작지원' 사업의 경우도 매년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편성되고 있으나 최근 3년간 실집행률은 30~40%대에 그쳐 국회의 시정요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애니메이션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과 같이 콘진원과의 유사·중복사업 조정도 시급하다고 문체부는 덧붙였다.

문체부측은 "영상콘텐츠산업 환경 변화로 한국영화산업이 위기에 놓여있음에도 영진위가 이를 돌파하기 위한 노력과 리더십이 부족했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혁신을 통해 영화계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