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모디가 왔다…'테슬라에서 애플까지' 줄서는 美기업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국빈 방문을 위해 20일(현지시간) 미국에 도착했다. 미·중 갈등 속에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인도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이뤄지는 그의 미국 방문은 양국 관계를 심화하고 파트너십을 안보와 기술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AFPBBNews=뉴스1

로이터에 따르면 모디 총리가 탄 비행기는 이날 오후 뉴욕에 도착했다. 모디 총리가 2014년 취임 후 미국을 찾는 건 다섯 번째지만 국빈 방문은 처음이다. 두 번째 의회 연설도 예정돼 있다. 인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난 프랭크 위스너는 CNBC에 "미국은 인도서 큰 기회를 보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모디 총리를 최대한 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 "인도에 투자하고 싶다"모디 총리는 미국 도착 후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인도 내 테슬라 공장 생산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모디 총리와 만난 뒤 "훌륭한 대화를 내눴다"면서 내년 인도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테슬라가 인도에 진출할 것이며 인력으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섣불리 발표하고 싶지는 않지만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또 머스크는 전기차 외에 태양열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과 에너지저장 장치, 스페이스X의 인공위성 인터넷 스타링크와 관련해서도 인도 시장을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외 독일과 중국에 공장을 둔 테슬라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추가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유럽에선 프랑스와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아시아에선 인도와 한국, 인도네시아가 거론돼왔다. 테슬라는 기술과 인력 등 여러 조건을 다각도로 검토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머스크 외 굴지의 빅테크 CEO들도 모디 총리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 22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국빈만찬에는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등 주요 빅테크 CEO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라즈 수브라니암 페덱스 CEO, 토니 카푸아노 매리어트 CEO, 엔진 제조사 커민스의 제니퍼 럼지 CEO 등도 참석한다. 23일엔 모디 총리와 기업인들의 별도 회동도 예정돼 있다.

최근 중국을 제치고 인구 세계 1위로 올라선 인도는 세계적인 탈중국 움직임과 맞물려 위상이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가시화하면서 인도 시장 잠재력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쏠린다. 애플이 공급망을 중국에서 인도로 이동하고 테슬라가 인도에 공장 건설을 적극 검토하는 배경이다. 이는 '메이드 인 인디아'를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모디 총리와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모디 총리는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공장으로 인도를 홍보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미국·인도, 안보 협력 강화할 듯 22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정상회담에선 양국 기업 간 기술 협력과 전략 분야에서 무역을 가로막는 규제 장벽 철폐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그 일환으로 방위 부문에서 굵직한 계약도 공개될 전망이다. 여기엔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인도 항공우주업체 힌두스탄에어러노틱스의 인도 내 군용 제트 엔진 생산과 미국 군수기업 제너럴아토믹스의 30억달러(약 3조8000억원) 규모 드론 수출 등이 포함된다고 CNBC는 전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만자리 차테르지 밀러 선임 연구원은 "미국은 군사 기술 공유 파트너 선정에 무척 까다롭다"면서 "GE가 인도에서 제트 엔진을 생산하도록 허용하는 건 미국이 인도를 얼마나 믿을 만한 파트너로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점증하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 주요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왔다. 특히 중국 견제 목적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인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미국, 일본, 인도, 호주) 회원국이기도 하다. 인도 역시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파키스탄이나 네팔 등 인도 앞마당까지 진출하는 것을 경계한다. 중국해와 인도양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위기감을 느끼던 터다.

다만 일부 외교 관측통들은 인도가 대만 이슈 등에서 미국의 편에서 중국에 집단으로 맞설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인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비판하지 않는 점도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하는 미국과 차이가 있다. 인도는 지금까지 러시아를 직접 비판하는 대신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는 데 그쳤다. 또 인도는 여전히 러시아에 국방 물자를 의존하고 있으며 전쟁으로 값이 내려간 러시아 원유 수입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

인도의 행보에 대한 미국 내 비판에 대해 모디 총리는 20일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미국의 지배적인 견해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인도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으며 세계의 이해를 받고 있다. 세계는 인도가 평화를 최우선시하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