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쓰레기 처리"…'러 용병기업 수장' 프리고진, 무장반란 선포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AFPBBNews=뉴스1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Вагнер·영문명 와그너)그룹의 무장반란에 휩싸였다. 탄약 지원 문제 등으로 러시아 국방부와 여러 차례 충돌한 바그너그룹이 그간의 불만을 참지 못하고 무장 반란을 일으킨 것. 이번 반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24일 AFP·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 시간으로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있던) 우리 용병이 러시아 국경 지역에 진입했다. 모스크바(러시아) 고위 관리들을 축출하기 위해 끝까지 가겠다"며 무장반란 소식을 알렸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그룹을 속이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의 진영을 방어할 기회를 박탈하고 바그너그룹을 사냥하고자 우리를 속였다"며 "우리는 우리의 무기를 넘겨주기 위해 국방부와 타협하고 어떻게 러시아를 계속 방어할 것인지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나 이 인간쓰레기(러시아 군 지도부)들은 진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프리고진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등 러시아 군 고위층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푸틴 대통령을 속여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했다고 주장하며 자기 용병들이 무장 반란으로 이들을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에서 왜 불법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낼 것이다. 우리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혼란을 끝내야 한다"고 러시아 군에 저항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군사 쿠데타가 아닌 정의의 행진"이라고 선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화상으로 열린 국가 안보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프리고진은 그간 러시아 국방부의 지원 부족으로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 군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었다. 특히 지난달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 철수를 빌미 러시아 국방부의 추가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선포에 러시아 정부는 프리고진에 대한 체포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프리고진이 러시아에 대한 보복을 천명하며 무장 쿠데타를 촉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검찰로부터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 관련 정보를 수시로 보고받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고르 크라스노프 러시아 검찰총장은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을 조직하려는 시도와 관련해 형사사건 조사를 시작하는 맥락에서 (관련 내용을)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이번 사태가 러시아 내분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며 러시아의 경쟁 파벌들이 권력과 돈을 놓고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미국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에덤 호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진행 상황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