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이호진, 누나와 400억 차명채권 상속다툼 승소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뉴스1

이호진(61) 전 태광그룹 회장이 아버지 고(故) 이임용 선대회장의 400억원어치 차명 상속재산을 놓고 누나 재훈씨와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부장판사 손승온)는 이 전 회장이 재훈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지난 16일 "재훈씨가 이 전 회장에게 400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태광그룹의 창업자 이임용 초대회장은 3남 3녀를 두고 1996년 11월 숨졌다. 별세 2달여 전 '세 자매를 제외한 아내와 아들들에게만 상속목록에 따라 재산을 주고, 나머지 재산은 유언집행자 이기화 전 회장(이호진 전 회장의 외삼촌)의 뜻에 따라 처리하라'는 유언장을 남겼다.

이번 소송에서 이호진 전 회장과 재훈씨는 유언장에서 빠진 400억원어치 차명 채권을 놓고 다퉜다. 이 채권은 2010년 개시된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와 관련 세무조사로 뒤늦게 정체가 드러났다.

이호진 전 회장은 세무조사에서 차명 채권의 실소유주가 자신이고, 다른 사람이 보관 중이라는 확인서를 썼다. 태광그룹 일가에선 이임용 초대회장의 부인 이선애 여사가 차명 재산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선애 여사는 2010~2011년 재훈씨에게 차명 채권을 건넸고, 이듬해 2월 반환을 요구하다 2015년 숨졌다. 이 여사는 유언장에도 재훈씨를 향해 "점유한 차명 채권 전부를 이호진 전 회장에게 반환하라"는 문구를 남겼다.

민법에 따르면 유언은 '일신전속성'을 갖는다. 아무런 제한 없이 타인에게 위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호진 회장이 차명 채권을 돌려달라고 하자 재훈씨는 이 같은 일신전속성 조항을 이유로 들어 "이임용 초대회장의 유언은 무효"라며 응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언이 무효라고 판단하면서도 차명 채권의 실소유권이 이호진 전 회장에게 있어 재훈씨에게 배상책임이 있다고 봤다. 문제의 차명 채권은 이임용 전 초대회장이 숨진 이후 이선애 여사가 이호진 전 회장의 의사결정에 따라 상환과 재매입을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