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이 멈춘 이유?…"러 정보기관, 바그너 가족들 위협"

러시아 용병 조직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4일 (현지시간) 남부 군사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의 본부에서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반역자가 아닌 애국자”라고 밝히고 있다. 2023.6.25 /AFPBBNews=뉴스1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하루 만에 모스크바를 향한 진격을 멈춘 이유가 가족의 안전을 협박받았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25일(현지시간) 영국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정보기관이 프리고진이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진격 취소 전 바그너 지도자들의 가족을 해치겠다는 위협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바그너그룹 용병 부대가 그간 주장과 달리 2만5000명이 아닌 8000명의 전투원에 그치며, 모스크바 점령 시도가 패배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평가도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그룹 병사를 러시아군에 동화시키고 전직지도자들을 제거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이 같은 보도는 프리고진이 지난 24일 모스크바까지 불과 200㎞를 앞두고 반란 행진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 실마리를 제공한다. 프리고진과 푸틴 사이의 정확한 거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러시아 정부는 프리고진이 반역 혐의에 대한 사면 대가로 벨라루스로 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푸틴 정부의 선전가인 안드레이 그루롤리프 하원의원은 프리고진과 또 다른 유명 바그너그룹 인사가 처형되는 것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푸틴은 24일 오전 대국민 연설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푸틴의 보복 여부와는 별개로 바그너그룹 부대원들 일부는 프리고진이 쿠데타 시도를 포기해 자신들을 배신했다며 프리고진에 대한 위협을 예고했다.

바그너 전사 중 한 명은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프리고진이 "비겁하고" 지지자들은 "배신당했다"며 그가 보복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 직할부대 '스톰Z'로 이름이 바뀐 바그너 용병은 프리고진이 "모든 것을 약속해놓고는 핸들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그너그룹의 반란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는 약 3주 전 러시아에 대한 대대적 반격을 시작했으나 그간 진전이 더뎠다. 그러나 프리고진의 이번 쿠데타 시도로 인해 러시아의 전선이 약화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프리고진의 쿠데타 시도로 촉발된 혼란을 이용해 돈바스의 바흐무트 주변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실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적진 뒤의 혼란은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는 모스크바를 바그너 반란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전장에서 부대를 철수시키지는 않았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반란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고 전면 쿠데타가 발생할 경우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통제력을 잃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